雜同散異

範我馳驅(범아치구)

耽古樓主 2023. 2. 25. 08:14

<맹자> 滕文公章句 下篇의 記事입니다.

법 범(範), 나 아(我), 달릴 치(馳), 몰 구(驅)의 네 글자를 씁니다.

이 말의 유래는 이렇습니다.

 

陳代라는 맹자의 제자가 맹자에게 권하기를, 작은 節義를 굽혀서라도 제후를 만나 큰 뜻을 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맹자는 晉의 대부 趙簡子의 수레꾼이었던 王良의 일을 말해줍니다.

 

언젠가 조간자가 왕량을 시켜서 자신이 귀여워하는 嬖奚(폐해)의 수레를 몰아 사냥하도록 하였습니다.

왕량이 모는 수레를 타고 나간 폐해는 날이 저물도록 새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폐해가 돌아와서

"왕량은 천하의 몹쓸 수레꾼입니다."라고 비난했습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왕량은 다시 한번 수레를 몰아보겠다고 청하였습니다.

이번에는 폐해가 아침나절에 벌써 열 마리의 짐승을 잡았습니다.

폐해가 돌아와서

"왕량은 정말 뛰어난 수레꾼입니다."라고 칭찬하였습니다.

조간자가 말했습니다.

"내가 왕량에게 앞으로 너의 수레를 몰도록 명령하겠다."

그러나 왕량은 조간자의 명령을 거부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평소 수레를 모는 법도대로 몰았더니[範我馳驅], 날이 저물도록 새 한마리도 잡지 못하더니,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짐승과 마주치게 하였더니, 아침나절에 열마리를 잡았습니다.

저는 저 사람을 위하여 수레를 모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사양하겠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자신이 견지해야 할 가치를 버리고, 오히려 현실과 타협해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맹자는 範我馳驅라는 말을 통해서 설령 자기 이상을 실현하지 못한다고 하여도 거취를 경솔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의 말씀을 주고 있습니다.

 

한갓 마부도 자신의 道를 굽히지 않았는데, 하물며 선비이겠습니까?

 

맹자가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 한마디를 적으며  三反弟子는 물러가겠습니다.

“枉己者未有能直人者也” “자기 몸을 굽히는 자로서 남을 곧게 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2022.11.1. 三反弟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