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아닌 밤에 홍두깨’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음은 네이버 지식백과의 설명입니다.
홍두깨는 박달나무처럼 단단한 나무를 둥글고 길게 깎은 것으로, 길이가 보통 70cm나 돼요. 이러한 홍두깨는 옛날에 뻣뻣한 옷을 두드려 부드럽게 만드는 데 썼어요.
‘아닌 밤중’이라는 말은 뜻하지 않은 밤중이란 뜻이에요. 따라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말은 뜻하지 않은 밤중에 누군가가 홍두깨를 들이댄다는 뜻이지요.
깜깜한 밤에 한참 잘 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불쑥 방망이보다 큰 홍두깨를 들이대면 얼마나 생뚱맞고 뜬금없겠어요?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일이라 무척 당황하겠죠.
[네이버 지식백과] 아닌 밤중에 홍두깨 (국어 교과서도 탐내는 맛있는 속담, 2007. 9. 17., 허은실, 배성훈)
탐고루주는 예전부터 ‘아닌 밤중에’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게 여겨 왔습니다.
1. 밤이 아니라는 뜻인가?
그러면 낮일 터인데 낮에 홍두깨가 어떻다는 말인가? 아니다. 해석에도 '밤이 아니'라고는 하지 않고 '밤에'라고 하였다.
2. 네이버의 설명인 ‘뜻하지 않은 밤중’도 탐탁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예상하다. 예측하다. 뜻에 두다.’라는 설명은 뉘앙스가 맞지 않는 듯합니다.
3. 한문에서 적절한 유래를 찾았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기에 속담의 본의와 가장 근접한 뜻입니다.
‘非時而夜(정상적인 시간이 아닌 밤에, 때아닌 밤에)’입니다. ‘때아닌 밤에’에서 ‘때’를 제거하면 ‘아닌 밤에’가 되지 않겠습니까?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說苑에서 발췌)
제나라 경공이 밤중에 안자의 집을 찾아가니 안자가 묻습니다.
君何為非時而夜辱?(군주께서 어찌하여 때아닌 밤에 저의 집을 찾으셨습니까?”)
정상적인 낮 시간이 많은데도 밤에 행동하여 사람을 놀라게 함을 표현한 물음입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의 ‘아닌 밤중에’와 의미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습니까?
이것이 古人이 말한 독서의 즐거움일까요?
아마 아닐 것입니다. 고인의 독서란 단순히 호기심을 충족하는 수준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닦아가는 과정일 테니까요.
고인이 말한 독서는 아니더라도 재미는 있습니다.
설원 9편을 해석하다가 斷想을 남겨둡니다.
2023.11.26. 탐고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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