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짝을 예는
바람결처럼
세월은 덧없이
가신 지 이미 천 년.
한(恨)은 길건만
인생은 짧아
큰 슬픔도 지내다니
한 줌 흙이러뇨.
잎 지고
비 뿌리는 저녁
마음 없는 산새의
울음만 가슴 아파
천고(千古)에 씻지 못할 한
어느 곳에 멈추신고.
나그네의 어지러운 발끝에
찬 이슬만 채어.
조각 구름은
때없이 오락가락하는데
옷소매를 스치는
한 떨기 바람.
가던 길
멈추고 서서
막대 짚고
고요히 머리 숙이다.
1975년도 인문계고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나온 시라고 기억됩니다
2023.2.22 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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