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同散異

가던 길 멈추고-김해강

耽古樓主 2023. 2. 22. 04:37

골짝을 예는

바람결처럼

세월은 덧없이

가신 지 이미 천 년.

()은 길건만

인생은 짧아

큰 슬픔도 지내다니

한 줌 흙이러뇨.

잎 지고

비 뿌리는 저녁

마음 없는 산새의

울음만 가슴 아파

천고(千古)에 씻지 못할 한

어느 곳에 멈추신고.

나그네의 어지러운 발끝에

찬 이슬만 채어.

조각 구름은

때없이 오락가락하는데

옷소매를 스치는

한 떨기 바람.

가던 길

멈추고 서서

막대 짚고

고요히 머리 숙이다.

 

1975년도 인문계고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나온 시라고 기억됩니다

2023.2.22 고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