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同散異

相濡以沫(상유이말)/莊子(장자)

耽古樓主 2023. 4. 13. 04:43

가뭄이 심하게 들었던 어느 해에 莊子가 길을 가다가, 물이 거의 다 말라버린 연못을 지나게 되었는데, 물고기들이 지느러미가 물 밖으로 나온 채 푸드덕거리면서 몸부림치고 있는 것을 보고

「곧 저 물고기들이 다 죽겠구나」하고 생각하였습니다.

相濡以沫(상유이말)/莊子(장자)

그런데 몇일 후 그 연못을 다시 지나가다가 莊子는 놀라운 光景을 보게 되었는데, 다 죽었을 것으로 생각했던 물고기들이 물기가 남아 있는 한 구석의 진흙 위에 모여 있는데, 입에서 거품을 내어 서로의 몸을 적셔주고 있었습니다.

莊子는 거품을 물고 죽어가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보고

「어려운 狀況에서는 한낱 물고기들도 서로 돕는구나」 하고 서로를 살리기 위한 행동이라 생각하여 매우 感動을 받게 되었습니다.

 

【莊子】의 『대종사편(大宗師篇)』에서 莊子는 잊지 않고 이 場面을 言及하였는데, 大宗師는 『으뜸가는 偉大한 스승』이라는 뜻으로 그 스승이란 『道』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 道를 설명하다가 나오는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知天之所爲 知人之所爲者 至矣(지천지소위 지인지소위자 지의)
하늘이 行하는 바를 알고 사람이 行하는 바를 아는 것은 至極한 境地이다.

知天之所爲者 天而生也(지천지소위자 천이생야)
하늘이 行하는 바를 아는 者는 하늘의 理致대로 산다.
--중략(中略) ----

死生 命也 其有夜旦之常 天也(사생 명야 기유야단지상 천야)
죽고 사는 것은 天命이며, 그것은 밤과 낮으로 늘 있는 것이니 하늘(自然)의 道이다.

人之有所不得與 皆物之情也(인지유소부득여 개물지정야)
이처럼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 모두가 萬物의 實情이다.

彼特以天爲父 而身猶愛之 而況其卓乎!(피특이천위부 이신유애지 이황기탁호!)
사람들은 하늘을 아버지처럼 여기고 제 몸처럼 사랑하는데, 하물며 보다 뛰어난 것(하늘의 道)이야 어떠하겠는가!

人特以有君爲愈乎己 而身猶死之 而況其眞乎!(인특이유군위유호기 이신유사지 이황기진호!)
또한 사람들은 임금을 自己보다 뛰어나다고 여겨 그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데, 하물며 그보다 참된 것(하늘의 道)이야 어떠하겠는가!

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천학 어상여처어륙 상구이습 상유이말 불여상망어강호)
못이 마르면 물고기들은 진흙 위에 모여 서로 물기를 뿜어주고 거품으로 적셔주지만, 이는 넓은 江과 湖水에서 서로를 잊고 사는 것만 못하다.

與其譽堯而非桀也 不如兩忘而化其道(여기예요이비걸야 불여양망이화기도)
사람들은 堯임금은 讚揚하고 桀王을 非難하는데, 이는 둘 다 잊어버리고 道와 하나가 되느니만 못하다.
- 이하 생략 -【莊子】의 『大宗師篇』

여기에서「거품을 내어 서로를 촉촉하게 적셔준다」라는 뜻의 상유이말(相濡以沫) 또는 이말상유(以沫相濡)라는 成語가 由來하였으며,

『같이 困境에 處하여 微力이나마 서로 도와준다』

『困境속에서 서로를 依支하고 돕는다』

라는 말입니다.

 

천학지어(泉涸之魚)라고도 하는데, 연못이 마른 곳에서 서로 依支하고 돕는 물고기보다는 차라리 서로의 存在를 모르고 지내더라도 넓고 깊은 물 속에서 마음껏 各己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이 낫다고 하였으니, 人情이 不足할지라도 넓은 江湖의 豊饒로움이 낫다는 말입니다.

 

같은 冊인【莊子】『外物篇』에서는 천학지어(泉涸之魚)와 비슷한 處地이지만 다른 학철부어(涸轍鮒魚)의 寓話가 실려 있으니 比較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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