耽古樓主의 한문과 고전 공부
148.喜外弟盧綸見宿〈희외제노륜견숙〉-司空曙(사공서) 본문
1.題目 作者 原文 解釋
喜外弟盧綸見宿〈외사촌 동생 盧綸이 찾아와 머문 것을 기뻐하며〉 -司空曙(사공서) |
靜夜四無隣 荒居舊業貧.
고요한 밤 사방에 이웃도 없고 황량한 거처에 집안의 유업도 가난하다.
雨中黃葉樹 燈下白頭人.
빗속에 누렇게 물든 나무 등불 아래 백발의 사람.
以我獨沈久 愧君相訪頻.
나 홀로 몰락한 지 오래되었는데 그대 자주 찾아주니 부끄럽도다.
平生自有分 況是蔡家親.
예전부터 연분이 있는데다 하물며 외종간의 친척임에랴.
2.通釋
적막한 밤 주변에는 이웃도 없고, 누추한 거처에 집안의 살림도 여전히 가난하다.
비바람 속에 누렇게 매달린 나뭇잎, 등불을 마주하고 있는 백발의 노인, 모두 처량하고 쓸쓸하다.
내가 이렇게 몰락한 지 오래되었는데도, 그대가 자주 찾아와주니 부끄럽다.
지금까지의 정과 우애가 두터운데다가, 하물며 우리는 외종사촌간이 아닌가.
3.解題
이 시는 외사촌의 방문을 소재로, 자신의 몰락하고 불우하며 가난하고 외로운 정회를 나타내었는데, 자신의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외사촌 노륜의 방문이 더 기쁘게 표현되어 있다.
앞의 4구는 고적하고 황폐한 촌락의 가난한 노인, 누렇게 시든 나뭇잎과 등불 아래의 백발노인을 통해 시인 자신의 괴롭고 서글픈 상황을 그려내었고, 뒤의 4구는 두 사람이 만난 기쁨과 그 깊은 정을 드러내었다.
즉 앞의 4구가 ‘悲’를 표현한 것이라면, 뒤의 4구는 ‘喜’를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이 중 3‧4구인 ‘雨中黃葉樹 燈下白頭人’은 警句로 회자된다.
4.集評
○ 韋蘇州曰 窓裏人將老 門前樹已秋
韋蘇州(위응물)의 ‘창 안에 사람은 늙어가고, 문앞에 나무는 이미 가을이네.[窓裏人將老 門前樹已秋]’,
白樂天曰 樹初黃葉日 人欲白頭時
白樂天(白居易)의 ‘나뭇잎이 노랗게 시들 무렵, 나는 머리가 하얗게 덮일 때라.[樹初黃葉日 人欲白頭時]’,
司空曙曰 雨中黃葉樹 燈下白頭人
司空曙의 ‘빗속에 누렇게 물든 나무, 등불 아래 백발의 사람[雨中黃葉樹 燈下白頭人]’
三詩同一機杼 司空爲優
이상 세 편의 시는 동일한 機杼인데 사공서의 것이 뛰어나다.
善狀目前之景 無限凄感 見乎言表 - 明 謝榛, 《四溟詩話》 卷1
눈앞의 경치를 잘 그려내어 끝없이 처량한 감정이 말 밖에 드러난다.
○ 晩唐人多用虛字 若司空曙 以我獨沈久 愧君相見頻 此一句一意 雖瘦而健 雖粗而雅 - 明 謝榛, 《四溟詩話》 卷3
만당인들은 허자를 많이 사용한다. 예로 들면 사공서의 ‘以我獨沈久 愧君相見頻’과 같은 것이다. 이 구절의 뜻은 파리하면서도 굳건하고 거칠면서도 전아하다.
○ 前錄盧綸詩 佳處在後半首 此詩佳處在前半首
앞에 실린 노륜 시(〈送李端〉)의 장처는 후반부에 있고, 이 시의 장처는 전반부에 있다.
一則以遠別 故但有悲感 一則以見宿 故悲喜相乘
한편으로는 멀리 이별하였기에 슬픔만 있고, 또 한편으로는 찾아와 머물렀으므로 슬픔과 기쁨이 서로 맞물려 있다.
盧與司空 本外家兄弟 工力亦相敵也
노륜과 사공서는 본래 외종형제로 공력 또한 서로 대적할 만하였다.
前四句言靜夜而在荒村 窮士而居陋室 已爲人所難堪 而寒雨打窓 更兼落葉 孤燈照壁 空對白頭
앞의 네 구는 적막한 밤에 황량한 촌락에 있고, 곤궁한 선비가 누추한 집에 거하는 것은 이미 사람이 견디기 어려운 것이거늘 차가운 비가 창을 치는데다가 나뭇잎이 떨어지고 외로운 등이 벽을 비추는데 그 벽을 백발노인만이 덩그러니 마주하고 있음을 말한 것이다.
四句分八層 寫足悲凉之境
이 네 구는 의미를 여덟 층으로 나누어 슬프고 처량한 경계를 그려내었다.
後四句緊接上文 見喜之出于意外
뒤의 네 구는 윗글을 긴밀하게 이어서 만난 기쁨이 말뜻 밖에 나타난다.
言以我之獨客沈淪 宜爲世棄 而君猶存問
내가 외롭고 몰락한 나그네 처지가 되어 세상에서 버림받음이 마땅한데 그대는 그래도 문안을 한다.
生平相契 況是舊姻 其樂可知矣
지금까지 서로 인연을 맺고 있는데다가 하물며 오랜 외척이니 그 즐거움을 알 만하다고 한 것이다.
前半首寫獨處之悲 後言相逢之喜 反正相生 爲律詩一格
전반부에서는 먼저 홀로 거처하는 슬픔을 말하고, 뒤에서는 서로 만난 기쁨을 말하였는데, 正과 反이 서로 살려주어 律詩의 한 격이 되었다.
司空曙有送人北歸詩云 世亂同南去 時淸獨北還 起筆卽用此格 取開合之勢 以振起全篇也 - 現代 兪陛雲, 《詩境淺說》
사공서의 〈賊平後送人北歸〉 시에 “세상이 어지러웠을 때 함께 남쪽으로 내려와, 시국이 안정되자 그대 혼자 북으로 돌아가네.[世亂同南去 時淸獨北還]”라고 하였는데, 붓을 들 때는 이러한 격식을 사용해 開合의 형세를 취하면서 전편을 흥기시켰다.
○ 三四名句 雨中燈下 雖與王摩詰相犯 而意境各自不同 正不爲病 - 現代 高步瀛, 《唐宋詩擧要》 卷4
3‧4구의 명구 ‘雨中黃葉樹 燈下白頭人’는 왕마힐(왕유)의 구절과 서로 겹치기는 하지만 의경이 각자 다르니,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5.譯註
▶ 盧綸 : 앞의 145 〈李端公〉 시 註釋 2) 참조.
▶ 舊業 : 집안의 오랜 유업을 말한다.
▶ 頭 : ‘髮’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 沈 : 沈淪의 뜻이다.
▶ 君 : 盧綸을 지칭한다.
▶ 平生 : ‘往昔’의 의미로 쓰였다.
▶ 分 : 緣分 또는 情分의 뜻이다.
▶ 蔡家親 : 외종 친척임을 의미한다. 《晉書》 〈羊祜傳〉에 “羊祜는 蔡邕의 外孫이다.[祜蔡邕外孫]”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로 인하여 외가 친척을 蔡家親이라 한다. ‘蔡’가 ‘霍’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는데, 西漢의 霍去病은 衛靑의 누이인 衛少兒의 아들로, 즉 衛家와 霍家는 외종간이기 때문이다. 사공서와 노륜의 관계를 이에 빗대어 외종 친척임을 나타낸 것이다.
▶ 窓裏人將老 門前樹已秋 : 위응물의 〈淮上遇洛陽李主簿〉로 전문은 다음과 같다. “띳집 古渡口에 닿아 있어, 누우면 멀리 흐르는 회수가 보인다. 창 안에 사람은 늙어가고, 문앞에 나무는 이미 가을이네. 적막한 산엔 홀로 지나가는 기러기, 저녁 비에 멀리서 오는 배. 저녁에 돌아오는 나그네 맞이하니, 어찌 지난날의 교유를 잊겠는가.[結茅臨古渡 臥見長淮流 窓裏人將老 門前樹已秋 寒山獨過鴈 暮雨遠來舟 日夕逢歸客 那能忘舊遊]”
▶ 樹初黃葉日 人欲白頭時 : 백거이의 〈途中感秋〉로 전문은 다음과 같다. “철 따라 만물은 쇠락하고, 세월 따라 얼굴은 노쇠한다. 나뭇잎이 누렇게 시들 무렵, 사람들 머리가 하얗게 덮일 때라. 고향 가는 길 멀어, 친구들 여기저기서 작별하건만. 병들고 늙는 것만이, 한 걸음도 떨어지지 않는구나.[節物行摇落 年顏坐變衰 樹初黃葉日 人欲白頭時 鄉國程程遠 親朋處處辭 唯殘病與老 一步不相離]”
▶ 開合 : 시문을 엮는 데 펼치고 마무리하는 등의 변화를 말한다.
▶ 왕마힐(왕유)의 구절 : 〈秋夜獨坐〉의 3‧4구인 “빗속에 산열매 떨어지고, 등불 아래 풀벌레 운다.[雨中山菓落 燈下草蟲鳴]”를 말한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홀로 앉아 양 살쩍이 세는 것을 슬퍼하노라니, 빈 집에서 二更을 맞이하네. 빗속에 산열매 떨어지고, 등불 아래 풀벌레 우는구나. 백발은 끝내 변하기 어렵고, 〈道敎의 仙藥인〉 黃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네. 늙고 병드는 것을 없애고자 한다면, 오직 無生을 배워야 하리.[獨坐悲雙鬢 空堂欲二更 雨中山菓落 燈下草蟲鳴 白髮終難變 黃金不可成 欲知除老病 唯有學無生]”
6.引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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