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漢詩와 漢文/太平閑話滑稽傳 (112)
耽古樓主의 한문과 고전 공부
處女可論情 有一人 在諫院三年 無一讜論 語人曰 若杜口 諫官自好 어떤 사람이 司諫院에 3년 동안 있으면서, 바른 議論을 한 번도 하지 않고는, 남에게 말하였다."만약 입만 닫는다면 諫官이 절로 좋을 것이다"▶ 司諫院: 조선 시대 삼사(三司)의 하나로 임금에게 諫言하는 일을 맡았던 관청이다. 有良家女 年三十 未適人 隣有惡年少 夜夜踰墻相從 年少曰 卿 昏姻失時 年壯 尙爲處女 可惜 女曰 若與子 夜夜論情 處女 亦佳어떤 양갓집 딸이 나이 서른이었으나 아직 시집을 가지 못하다가, 이웃에 못된 젊은이가 있어 밤마다 담을 넘어 서로 사귀었는데, 젊은이가 말하기를,“그대가 결혼에 때를 놓쳐 나이가 찼는데도 아직 처녀이니 애석하도다.”라고 하자, 여자가 말하였다."만약 그대와 함께 밤마다 정(情)을 나눌 수 있다면 처녀라도 ..
卞九祥公事 卞先生九祥 博學善詞章 拙於吏事.卞九祥 선생은 박학하고 문장을 잘했지만, 관리로서의 일에는 졸렬했다.▶ 卞九祥(생몰 연대 미상): 문신으로 본관은 密陽이고, 右副承旨 仲郞의 아들이다. 세종 1년增廣文科에 급제해 여러 벼슬을 거쳐 司藝에 이르렀다. 詩에 특히 뛰어나 卞詩魔라 불리었다. 嘗爲漢城參軍 訟者盈庭 甲爭辨百端 卞曰 爾言似 乙又如是 卞曰 爾言似 一不可否 仰天嘆曰 此誠國論之難斷者也.일찍이 漢城參軍이 되었는데, 송사(訟事)를 하는 사람들이 官庭에 그득하고, 甲이 온갖 말로 따져서 주장하면, 卞이 “네 말이 그럴듯하다”라고 하고, 乙이 또한 이와 같이 하면, 卞이 “네 말이 그럴듯하다”라고 하다가, 옳고 그름을 하나도 가리지 못하고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였다.“이것은 참으로 國論의 판단하기 어려운..
比類之法 客有詠唐人鳥宿池中樹僧敲月下門之句者.손님 가운데 唐나라 사람의 詩句를 외우는 사람이 있었다.“새는 못 가운데의 나무에서 자는데 스님은 달 아래에서 문을 두드리네.”▶ 이 구절은 당나라 시인 賈島의 題李凝幽居詩>의 頷聯으로, '推敲'라는 말이 바로 이 고사에서 유래했다.▶ 중(中): '邊'의 잘못으로 보는 것이 옳겠다. 孔先生頎曰 以鳥對僧 甚爲的當 頃見卍雨和尙 吾亦云云.孔頎선생이 말하였다.“새를 스님과 대비시킨 것이 매우 적실하고 마땅하다. 얼마 전에 卍雨和尙을 만났을 때 내가 또한 그렇게 말했다.”▶ 卍雨和尙: 麗末鮮初, 특히 세종 때 상당히 이름 있었던 승려였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선종(禪宗) 계통의 승려로 李穡・李崇仁과 시를 논할 정도의 詩僧이었고, 講主僧과 회암사와 흥천사의 주지를 ..
自居口辯 興德寺僧一雲 自矜口才 天下無雙 有日者崔揚善 以好辯自居.興德寺의 승려 一雲은 말재주가 세상에서 짝이 없다고 스스로 뻐겼는데, 日者인 崔揚善이라는 사람도 말을 잘한다고 자처하고 있었다.▶ 興德寺: 현재의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1가에 있었던 절인데, 지금은 그 절터만 남아 있다. 흥덕사가 있었기 때문에 이 지역을 "흥덕골" 또는 "흥덕동(興德洞)이라고 불렀다. 산수가 매우맑고 아름다운 가운데 온갖 꽃나무, 화려한 누각, 큰 연못들이 있어서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꽃이 연달아 피어 늘 꽃동산을 이루었기 때문에, 京都十詠의 하나인 興德賞花 또는 興德賞蓮으로 이름났던 것이다. 그런데 서울의 동부 燕喜坊에 있던 敎宗 사찰에 흥덕사라는 이름을 가진 절이 있었다. 이 절은 태조 이성계의 명으로 세워졌으며, 권근(..
天下癡兒是士流 有一士子別公山妓於錦江舟中 妓痛哭欲墮水死.어떤 선비가 公山 기생을 錦江의 나룻배 안에서 이별할 제, 기생이 통곡하며 물에 빠져 죽으려 했다.▶ 公山: 충청도 公州를 말한다. 공주의 鎭山이 公山이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錦江: 전라북도와 충청남도 사이를 흐르는 강이다. 朝官亦垂淚撫妓背而止之曰 兒乎兒乎 愼勿爲我捐生也 仍贈銀甌.朝官 또한 눈물을 흘리면서 기생의 등을 쓰다듬으며 “얘야, 얘야. 삼가서 나를 위해 목숨을 버리지 마라”라고 말리면서, 은 주발을 주었다. 纔別妓長歌懽笑.이별하자마자 기생은 길게 노래 부르고 즐거운 듯이 미소를 지었다. 其友諫曰 別淚未乾長歌自若 似無情信.그의 친구가 간(諫)했다.“이별의 눈물이 채 마르지 않았는데 길게 노래하면서 태연함이 정(情)도 신의(信義)도 없는 듯..
墮老嫗術中 有一朝官別商山妓於鳥岾 相携痛哭 傍有鄕吏驛卒老婆亦哭.어떤 朝官이 商山 기생을 새재[鳥嶺]에서 이별하며 서로 붙들고 통곡했는데, 옆에 있던 시골 鄕吏와 驛卒과 늙은 할미 또한 울었다.▶ 商山: 경상도 尙州의 다른 이름이다. 상주목(尙州牧). ▶ 鳥岾: 조령(鳥嶺), 경상북도 문경군과 충청북도 괴산군 사이에 있는 고개로, 높이는 1017m다. 영남 지방에서 서울로 갈 때 거쳐 가는 고개 가운데 하나로 유명하다. 朝官問驛卒曰 何哭 曰 家有牝馬 昨夜因産故失 是以哭 조정 관리가 역졸에게 묻기를,"왜 우느냐?“라고 하였더니, 역졸이 말하였다.“집에 암말이 있었는데, 어젯밤에 새끼를 낳다가 죽어 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웁니다.” 問鄕吏曰 何哭 曰 五日送迎 賫三日粮 二日枵服 是以哭 鄕吏에게 “왜 우느냐?”라고..
熊毛䟽同 有一武士 失馬勒所裝熊毛䟽同.어떤 武士가 말굴레를 장식하는 곰 털 疏同을 잃어버렸다.▶ 䟽同: 문맥상 말의 고들개를 말한 것임은 분명하나 어원이나 다른 용례를 찾을 수 없다. 고들개는 말굴레의 턱밑으로 돌아가는 방울 달린 가죽이다. 其家兒見隣翁髥長 走報曰 吾家馬裝 已爲隣翁偸去 懸之頤下耳.그 집 아이가 이웃집 노인의 수염이 긺을 보고는 쫓아와서 보고하였다."우리집 말 장식품을 이웃집 할아버지가 훔쳐 가서 그것을 턱밑에 달았습디다."▶ 아이가 곰털 소동에 달린 긴 털만 생각하고는 그것을 이웃집 할아버지의 수염과 혼동한 결과 이렇게 말한 것이다. 一兒曰 不然.業爲所竊 常帶臍下 不令人見耳 한 아이가 말하였다.“그렇지 않습니다. 전에 훔쳐보니 항상 배꼽 아래에다 달아서 남이 보지 못하도록 하더이다”▶ 배꼽..
畏妾者 有上林苑書吏 偸喫供進林檎一箇 受杖八十於刑曺 泣語人曰 吾不愧於本妻 只愧新妾耳 上林苑의 어떤 서리(書吏)가 진상(進上)할 사과 한 개를 훔쳐 먹고는 형조(刑曹)에서 곤장 80대를 맞았다. 울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였다.“내가 본마누라에게는 부끄럽지 않으나 단지 새로 맞은 첩에게는 부끄러울 뿐이다”▶ 上林苑: 창덕궁 耀金門 밖에 있는 어원(御苑)으로, 서원(西苑)이라고도 부른다.▶ 書吏: 조선 초기에는 서울에 있던 여러 관청의 하급 이서(吏胥)를 통칭했던 이름으로 사용되었다. 人曰 何愧新妾 不愧本妻사람들이 말하였다."왜 새로 맞은 첩에게는 부끄럽고 본마누라에게는 부끄럽지 않은가?“ 吏曰 妻者一與之齊 終身不改 妾者非聘 而奔以利爲向背者也 是以然耳.그 서리가 말하였다."본마누라란 정상적인 혼례를 올려 평..
武士妻 有武士得良馬 日習騎射于射廳 馬已慣熟 百發百中.어떤 무사가 좋은 말을 얻어 매일 射廳에서 騎射를 연습하는데, 말이 이미 익숙해져서 백발을 쏘면 백발 다 命中했다.▶ 射廳: 활터를 말한다. 활쏘기 연습을 하는 곳이다. 一日 武士妻 騎是馬 過射廳 馬忽馳走縱橫出入於射場者.하루는 무사의 아내가 그 말을 타고 사청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말이 갑자기 이리저리 달리면서 활터를 드나들었다. 移時 賴婦人壯健 不墮 路傍觀者 如堵墻曰 何等婦人 馳突射場如是.한참 동안 부인은 건장함으로 버티어 떨어지지를 않으니, 길가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담장같이 늘어서서 말하였다."어떤 부인네가 말을 타고 활터로 뛰어들기를 이와 같이 하는가?"▶ 移時: 잠시. 잠깐 동안. 잠시 후. 傍有戱者曰 國家新立法 武士騎射不中格者 令家人代射.옆에..
喫粥之病 稷山有一村翁 懶甚 不事産業 茅屋三間不苫盖者數年.稷山에 시골 늙은이가 있었는데, 게으름이 심하고 생업을 돌보지 않아서, 여러 해 동안 세 칸짜리 초가집 지붕을 이지 못했다.▶ 苫(점): 풀로 만든 덮개나 깔개. 거적. 苫盖: 지붕을 이다▶ 稷山: 직산현(稷山縣), 충청도에 있었던 현의 이름이다. 一日 大雨屋漏如懸戴瓦盆而坐 其妻自外來見 呵責曰 翁不晝茅宵索 得有今日 翁之過 大矣.하루는 큰비로 지붕에서 비가 새어 들이부음이 기와 그릇을 인 듯한데도, 그냥 앉아 있으매, 아내가 밖에서 들어오다가 보고는 책망하였다.“영감께서 낮에 이엉을 엮고 밤에 새끼를 꼬지 않아서 오늘 이런 일을 당하게 되었으니, 영감의 허물이 큽니다”▶ 초가지붕은 짚으로 엮은 이엉을 깔고 그것을 새끼줄로 단단히 눌러 묶어놓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