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漢詩와 漢文/太平閑話滑稽傳 (112)
耽古樓主의 한문과 고전 공부
以名爲姓 釋家稱名 以下字爲主 如佛稱兩.佛家에서는 이름을 부를 때 아래에 있는 글자를 위주로 하니, 마치 불가에서는 두 이름을 부르듯이 한다.▶ 稱兩: 언뜻 들어서는 이름이 둘인 것으로 오해하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아니면 서로 다른 사람을 부르는 것으로 오해하게 되어 있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을 듯하다. 上人一雲 稱雲和尙之類.上人 一雲을 雲和尙이라고 부르는 따위가 그렇다.▶ 上人: 知德을 갖춘 佛弟子, 혹은 승려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여기서는 후자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譯官 有艾儉 唐夢賢者 皆中國來姓.譯官 艾儉과 唐夢賢은 모두 중국에서 온 姓이다.▶ 艾儉과 唐夢賢은 중국계의 역관(譯官)으로 조선 초기, 특히 세종 때에 활약했던 사람들의 이름이다. 或問艾 子是誰後耶 艾猝應曰鄧艾之後 어떤 사람이 艾儉..
無子與十子 有一宰相 無子 妻甚悍妬 平生不睨粉黛.어떤 宰相이 자식이 없으나, 아내가 투기가 심해서 평생 젊은 여자를 곁눈질하지 못했다. 晩年自悔 有詩曰自從人道起於寅 父子相傳到此身 我罪如何天不弔 未爲人父鬢孫新 늘그막에 스스로 후회해 지은 시가 있다.“저절로 사람의 도리를 좇아 寅에서 일어나, 父子가 서로 전해서 이 몸에 이르렀네. 내 죄가 어떠하기에 하늘도 불쌍히 여기지 않아서, 아직 남의 아버지가 되지 못하고 귀밑털 움만 새롭네.”▶ 自從人道: ‘누가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저절로 알게 된 남녀 관계를 통해서'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起於寅: 남녀 간의 혼인법은 인황씨(人皇氏)가 만든 법이고, 인황씨는 寅時에 생겨났다고 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으로 이해된다.▶ 鬢孫: 귀밑털움. 살짝에 돋아난 흰 머리..
黜僧 高麗全盛時 王輪寺僧千數百人 皆有穢行.고려 전성시대에 王輪寺의 승려가 천 수백 명이었는데 모두 더러운 행실이 있었다.▶ 王輪寺: 개성 송악산 기슭에 있는 고려 시대의 큰 절 이름이다. 有一髡慝淫尤縱 淄徒共議黜之.한 스님이 간특함과 음란함이 더욱 제멋대로니 스님들이 그를 내쫓으려고 함께 의논했다. 髡曰若然則闔寺.그 스님이 말하였다.“만약 그렇게 하면 곧 절을 닫게 될 터이다.”▶ '만약 그런 정도를 허물이라고 해서 나를 내쫓는다면 이 영통사에는 쫒겨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고, 그래서 스님들을 다 쫓아내면 절은 문을 닫게 될 것이다'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諸長老 齊聲作隊而出議 遂寢.모든 長老가 일제히 소리내며 무리를 지어 의견을 내더니, 마침내 잠잠해졌다.▶ 長老: 학식이 풍부하고 나이 많으며 덕(..
霹靂何足畏 有洪生者喜大言.洪生이라는 사람이 큰소리치기를 좋아했다. 嘗與諸生同坐 天忽大震 滿座失色.일찍이 선비들과 함께 앉아 있는데, 하늘에서 문득 큰 벼락을 치자 온 자리의 사람들이 실색하였다. 洪曰霹靂何足畏.홍(洪)이 말하였다."벼락이 어찌 족히 두려우랴." 仰天祝曰霹靂霹靂 汝能擊人 宜擊我 我當奪汝雷劍 誇示一坐諸生하늘을 우러러 축원하기를,"벼락이여, 벼락이여, 네가 능히 사람을 칠 수 있거든 마땅히 나를 때려라. 내 마땅히 너의 번개 칼을 빼앗으리라“라고 하고, 같이 앉아 있던 사람들에게 뽐내었다. 亦齊聲祝曰霹靂有靈 宜擊洪生.또한 일제히 소리쳐서 축원하였다."벼락에 영(靈)이 있거든 마땅히 홍생을 치소서." 言未訖 天又大震 洪驚恐面無肉色 俄而雷止 猶大言曰霹靂何足畏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하늘에서 또 ..
雨不雨不難知 靈通寺僧烟玉 頗以詭詐奇計 中人.靈通寺의 승려 烟玉은 자못 괴이한 속임수와 기이한 꾀로 사람의 일을 잘 맞혔다.▶ 靈通寺: 경기도 長湍都護府에 있던 유명한 절이다. 天久旱 人有問雨期者 玉無如之何 .날이 오랫동안 가물자 비가 올 때를 묻는 사람이 있었는데, 연옥은 어쩔 수가 없었다. 弟子有弘誼者 亦詐詰 屬耳語曰天之雨不雨 不難知 宜對以明日必雨.제자에 弘誼라는 자가 또한 속임수가 있고 교활했는데, 귀에다 대고 말하였다.“하늘이 비를 뿌릴지 뿌리지 않을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마땅히 내일 틀림없이 비가 오겠다고 대답하십시오“ 玉對如是 明日果雨 都下喧傳 以玉爲神僧.연옥이 그렇게 대답했는데, 다음 날 과연 비가 오자, 이 소문이 온 서울에 요란하게 알려져서, 연옥을 神僧으로 여겼다. 玉德誼曰汝何..
松烟心兒 有一憲長 吏才出群 然有黷貨之誚.어떤 憲長이 관리로서의 재주는 出群이었으나 뇌물을 좋아한다는 흠이 있었다.▶ 憲長: 風憲之長의 준말로, 사헌부의 우두머리, 곧 대사헌(大司憲)을 말한다. 一日 群吏會坐 歷論憲長能否 一吏盛稱其人.하루는 뭇 아전들이 모여 앉아서 돌아가며 헌장이 능한지 그렇지 못한지를 논하고 있었는데, 한 아전이 그 사람을 매우 칭찬했다. 有老吏曰唯唯 但松烟心兒 烏梅着眼爲少耳늙은아전이 말하였다.“그럼, 그럼. 다만 소나무 그을음 같은 마음을 가진 아이가 烏梅에 착안하기는 드물 따름이지.”▶ 松烟: 소나무를 태운 그을음을 말한다. 색깔이 매우 까만데 이것으로 먹을 만든다. 여기서는 '시커먼 마음', '뇌물을 매우 좋아하는 마음'을 말한 것이리라.▶ 烏梅: 껍질을 벗긴 후 짚불 연기에 그을..
欲報死難忘 元衰 有唐誠者 逃難來投高麗 仕宦至達官.元나라가 쇠함에 唐誠이라는 사람이 난리를 피해 고려에 와서, 벼슬하여 達官이 되었다.▶ 唐誠(고려 충숙왕 복위 6년(1337)~조선 태종 13년(1413): 고려 말에 귀화한 절강성 명주 출신의 중국인으로 密陽唐氏의 시조이다. 時倭犯開京昇天府 主將楊伯淵 失律坐死 幕僚成石璘 亦連坐.이때 왜구가 開京과 昇天府를 침범하니, 主將 楊伯淵은 법을 어겼다고 해서 사형되고, 幕僚 成石璘 또한 연루되었다.▶ 開京: 開城府. 고려의 옛 수도이자 오늘날의 황해도 개성이다. ▶ 昇天府: 豊德郡의 다른 이름이다. 경기도에 속해 있었다. ▶ 楊伯淵(?~우왕 5년(1379): 고려의 무신이다.▶ 幕僚: 비장(裨將). 감사(監司)・유수(留守)・병사(兵使)・수사(水使)・견외사신(遣外..
飮食男女一也 有士子將卜妾 語室人曰人言 姬妾多者 室人尊貴 我之卜妾 非鋶卿 實尊卿也.將欲代卿之勞 服卿之事 飲食衣服 妾皆主之 織糸任紡績 妾皆任之 卿則頤指駕馭而豈不安尊乎어떤 선비가 장차 첩을 들이려 해서, 아내에게 말하였다."사람들이 말하기를, 첩이 많은 사람은 그 아내가 존귀하다고 하오. 내가 첩을 두려 함은 당신을 소홀히 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당신을 높여 주려는 것이오. 장차 당신의 수고를 대신하고 당신의 일을 맡게 하려는 것이니, 음식이나 의복을 첩이 주관하고, 실 짜고 베 짜는 일을 첩이 모두 맡을 것이오. 당신은 턱짓과 손가락질로 부릴 터이니, 어찌 편안하고 존귀하지 않겠소?“ 室人怫然曰我不欲安 而亦不欲尊也 大抵飮食男女一也.早飮盛者 晩飯不味 烏是何言아내가 발끈해서 말하였다."나는 편안하고 싶지..
假虎折臂 才人韓奉連 能射虎 天下無雙.才人 韓鳳連이 호랑이를 잘 쏘아 천하에 짝이 없었다.▶ 才人: 재주를 넘거나 짓궂은 동작으로 사람을 웃기며 악기로 풍악을 하던 광대를 말한다.▶ 韓奉連: 본래는 사냥꾼이었는데 활을 잘 쏘아 世祖의 知遇를 받았던 사람이라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그에 관한 기록이 있다. 見必殪而後已 百不一失 時人號曰馮婦.발견하면 반드시 죽이고야 그만두고 백에 하나도 놓치는 일이 없으니, 時人이 그를 馮婦라고 불렀다.▶ 馮婦: 맨손으로 호랑이를 잘 때려잡았다고 하는 중국 晋나라 사람이다. 여기서 한봉련을 풍부라고 한 것은, 그와 풍부가 호랑이를 잘 잡는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풍부에 관한 이야기는 맹자>盡心章句下>에 들어 있다. 맹자집주 진심장구 하 제23장齊饑. 齊나라에 흉년이..
迷疾 衿陽有朴乙孫者 得迷疾 言一忘二 言二忘三 昧於東西南北日月朝暮.衿陽에 朴乙孫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정신이 혼미한 병을 얻어, 하나를 말하면 둘을 잊고, 둘을 말하면 셋을 잊고, 동서남북, 日月, 아침과 저녁을 분별하지 못했다.▶ 衿陽: 금양현(衿陽縣). 경기도에 속했던 지명이다.▶ 朴乙孫: 이 이야기에 의하면 본래는 평범한 시골 사람이었던 것으로 짐작되나, 더 이상은 알 수 없다. 忽一日 落日只留半竿 俶裝而將遠適.어느 날 갑자기 지는 해가 반길 만큼 남았는데 채비를 하고 장차 먼 길을 가려고 했다.▶ 俶(숙): 비로소. 처음 人曰日已暮 不可啓行.다른 사람이 말하였다."날이 이미 저물었으니 출발해서는 안 된다."▶ 啓行:1.앞장서서 인도(引導)함.2.여정(旅程)에 오름. 여행(旅行)에 나섬. 朴曰朝日纔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