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順
단어가 모여 문장을 이루는데, 여기에서 단어들이 어떤 순서대로 모이느냐를 어순(語順)이라고 한다.
문장 구조는 주성분 위주로 따지다보니, 이것만 가지고서 미처 설명할 수 없는 단어들의 결합 형태가 많으니, 여기서는 품사 위주로 이런 것들을 짚어보자.
여기서 말하는 명사는 단순히 명사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수사(數詞) · 대명사 · 명사구 등 명사에 상당하는 것을 다 포함한다.
예 1에서 앞 단어는 부사어이고 뒤에는 동사, 예 2는 뒤의 단어에 형용사가 위치해 있다.
위의 예문은 부사가 의미상 공간이나 시간과 상관이 있다.
예 1에서 보듯이 방향의 의미가 있는 한자(東, 西, 南, 北, 上, 下 등)는 동사 앞에 쓰이는 듯하다. 이런 한자가 1-a 같은 형태로 쓰이는 것이 가능할 것도 같지만, 예 1 같은 형태가 많이 쓰이는 듯하다.
그리고 이렇게 뒤에 결합하는 동사가 방향 · 공간 등과 관련이 있으면, 앞의 한자는 명사처럼 보이지만, 해석은 부사어로 풀이된다.
예 2처럼 의미가 시점(時點)이나 시간 등에 관련이 있는 한자도 동사 앞에 부사어로 쓰이는 듯하다.
1) 天+地(하늘과 땅) 禽+獸(짐승) 江+山(강과 산)
無 男+女, 欲富嫌貧.(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부를 원하고 가난을 싫어한다.)
土+城 易築, 易壞.(흙성은 쉽게 쌓지만, 쉽게 무너진다)
위 예문에서 잘 알아보기 힘든 ‘명사+명사’ 형태에 해당하는 한자(단어)에는 밑줄을 그어 표시했다. 이하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이다.
1) 夫 與 婦+膳物. -남편이 아내에게 선물을 줬다.
王 賜 貧民+米一石. -왕이 빈민에게 쌀 한 석을 하사했다.
1-a) 父 授 劍+子矣. -아버지가 검을 아들에게 줬다.
2) 人 謂 世宗+名君. -사람들은 세종을 명군이라 한다.
명사가 두개 연달아 있는 명사+명사 결합은 해석하기가 쉬워 보이지만, 위 예문처럼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예 1은 앞의 명사는 간접 목적어가 되고 뒤의 명사는 직접 목적어가 되는 영어의 4형식 문형과 비슷한 구조이다. 이런 구조에서 대개 앞의 명사는 ‘-에게’로 해석되고, 뒤의 명사는 -을(를)’로 풀이된다. 여기에 쓰일 수 있는 동사는 授 · 與 · 遺 등이다.
예시 1-a는 ‘명사+명사’ 결합인 것처럼 보이지만, 뒤의 명사(子)는 전치사(어조사)가 생략된 것인지 아닌지는 모호하나, 어쨌거나 전치사구(‘於子’)로 해석이 된다.
師之妻+之 謂 師母也.(스승의 아내를 사모님이라고 한다)
3) 君子 老+老, 少+少.(군자는 노인을 노인으로 대하고, 연소자를 연소자로 대한다)
예 1은 ‘명사+명사(대명사)’ 결합처럼 보이지만, 뒤의 단어는 앞의 단어에 붙여서 한 단어처럼 해석이 된다.
예 2는 두 명사가 연달아 있지만, 이 문장은 이른바 ‘화제(話題)’가 쓰인 특수 형태의 문장으로, 두 명사는 따로 끊어져 해석이 된다.
예 3에 밑줄 친 부분도 명사+명사 형태처럼 보이나, 앞의 단어는 의외로 동사처럼 해석이 된다.
명사와 용언이 결합한 형태는 대개 ‘주어+술어’ 구조로 쓰이기에, 우리말과 비슷하게 해석을 앞에서부터 하면 되니까, 비교적 이해하기에 쉽다.
3-a) 天 玄, 地 黃.(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
예 1은 앞의 단어가 명사이고 뒤의 단어는 동사이고, 예 2는 뒤의 단어가 형용사이다. 위와 같은 경우엔 앞의 명사는 조사 ‘-이(가), -은(는)’ 등을 취하는 주어로 뒤의 용언은 서술어로 해석하면 된다. 해석 순서도 우리말과 같아서, 앞에서부터 뒤로 차례대로 해석하면 된다.
그런데 간혹 예문 3처럼 명사(주어)가 앞에 연달아 놓이고, 뒤에 술어가 연달아 놓이는 특이한 형태가 쓰이기도 한다. 통상적인 어순인 3-a처럼 표현해도 의미는 비슷한 듯하다.
1) 人 (如)雲+集 廣場.(사람들이 광장에 구름처럼 모였다)
1-a) 身 兒+小, 心 山+大.(몸은 아이처럼 작으나 마음은 산처럼 크다)
위의 예시처럼 겉으론 ‘명사+용언’ 결합처럼 보이나, 앞의 단어가 명사(주어)로 해석되지 않는다.
1-a처럼 관용구가 아니어도 비유를 나타내는 한자가 생략됐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외에도 명사처럼 보이지만, 명사로 해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용언과 전치사구(전치사+명사)의 결합은 해석 순서가 우리말과 반대이다.
이런 형태는 대개 ‘술어+보어’ 구조로 간주된다. 용언+전치사구 결합이 적지 않게 나타나는 형태이므로 이것에 관심을 가져 보자.
君子敏+於義, 小人敏+於利.(군자는 의에 예민하고 소인은 이익에 ~ )
先生出+於鄕, 長+於京.(선생은 시골에서 나서, 서울에서 자랐다)
1-a) 指 小+手, 手 小+臂.(손가락은 손보다 작고, 손은 팔보다 작다)
위에서 보듯이 전치사구는 부사어로 해석이 되나, 한문에서는 於(于, 乎)가 이끄는 전치사구를 보통 보어로 취급한다.
이런 경우에 1-a처럼 전치사구의 어조사(전치사)가 생략됐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흔하므로 해석함에 주의해야 한다.
예문 2처럼 전치사가 於가 아닌 때는, ‘용언+전치사구’ 형태가 2-a처럼 ‘전치사구+용언’ 형태로 어순이 바뀌기도 한다.
동사와 동사가 결합하는 형태는 대개 해석 순서가 우리말과 같으므로, 비교적 해석하기가 쉽다. 그러나 혹간 주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예 1처럼 동사와 동사가 대등하게 연결될 때엔 동사 사이를 ‘-고’ 등의 어미를 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1-a처럼 ‘동사+동사’가 연속적인 행위로 연결되면, 앞의 동사를 ‘-아(어)’로 풀이한다.
예 2처럼 동사+동사 연결에서 두 동사가 한 명사를 동일하게 목적어를 취할 때에, 목적어가 두 번째 동사 뒤에 위치하는 형태가 쓰이기도 한다.
예문 2-a나 2-b처럼 쓰여도, 예문 2와 의미는 비슷한 것 같다.
1) 父 往+見 子, 而不得也.(아버지가 아들을 만나려고 갔으나, 못 만났다)
兎 來+飮 水, 徒洗面矣.(토끼가 물 마시러 왔다가, 단지 세수만 했다.)
2) 不知 生+死, 徒待耳.(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고, 그저 기다리다)
坐+立 思汝, 雨+雪 慕汝.(앉으나 서나 너를 생각하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너를 그린다.)
위의 예문 1처럼 ‘동사+동사’ 결합이 뒤 단어부터 해석이 되는 경우가 있다. 앞의 동사가 이동의 의미를 갖는 경우에, 이렇게 해석이 되는 듯하다. 이런 경우에 앞에 쓰일 수 있는 한자는 往 · 來 · 出 등이다.
예문 2처럼 동사+동사 형태에서 동사가 ‘-하는지’, ‘-하나’등으로 해석이 되는 경우가 있다.
1) 食+死, 飢+生, 何也.(먹으면 죽고 굶으면 사는 것은 무엇인가)
위 예문처럼 동사 사이가 종속적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형용사+동사 결합도 이렇게 쓰일 수 있다.) 앞 동사 어미가 ‘-하면, -해도, -함에, -할 때, -해서는’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므로 문맥을 잘 파악하여 의미 파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1-a나 2-a처럼 의미를 좀 더 명료하게 표현했다면, 독해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동사+명사 형태는 여러 가지 문장 구조를 겸하기에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동사+명사’ 결합은 ‘서술어+목적어’, ‘서술어+주어’, ‘서술어+보어’, ‘관형어(수식어)+명사’ 등의 구조로 간주하여 해석할 수 있다.
‘동사+명사’ 결합을 구분하기 힘든 예문에는 ‘동사+명사’ 형태에 해당하는 단어(한자)에 밑줄을 그었다.
위의 예1은 동사+명사 결합이 ‘서술어+목적어’ 구조로 취급되어 해석된다.
위의 예 1에서 ‘동사+명사’ 형태를 ‘서술어+주어’ 구조로 취급하여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동사가 서술어로 쓰이면서 특이한 어순을 갖는 한자는 ‘見 · 現 · 發 · 生 · 出 · 降’ 등으로 주로 ‘존재, 출현, 자연 현상’ 등에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위의 예2 문장은 동사+명사 결합이 서술어+보어 구조로 쓰였다. 그런데 서술어+보어 구조에서 서술어로 쓰이는 한자가 거의 爲, 化 등 몇 개뿐이고, 의미는 주로 변화와 관계가 있다. 그런데 동사+명사 조합을 ‘술어+주어’인가 ‘술어+보어’인가를 구분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둘 다 뒤의 명사가 조사 ‘-이(가)’를 취하는 것으로 해석이 되기 때문이다.
1) 金氏投 讀+書 而殺蜚. (김씨가 읽던 책을 던져 바퀴를 잡았다.)
2) 來+者 不拒, 去+者 不追.(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쫓아가지 ~ .)
위의 예1 문장에서 앞의 동사 讀자가 뒤의 명사 書자를 수식하여 수식어(‘읽던’)와 피수식어(‘책을’) 구조로 해석이 된다.
그리고 1-a에는 讀자가 수식어(관형어)로 쓰임을 명료하게 하기 위해 앞에 어조사 所가 쓰였다. 所자 말고도 之자가 이런 기능으로 쓰이는데, 所와 之는 약간 쓰임에 차이가 있다.
예 2에서 앞의 동사가 수식어로 쓰였는데, 이렇게 之자 같은 것이 없이 동사가 자체로 수식하는 기능으로 쓰이기도 한다.
형용사와 명사가 결합하는 형태도 약간은 까다로운 조합이다.
‘형용사+명사’ 결합은 형용사가 서술어로 쓰이느냐 아니면 뒤의 명사를 꾸미는 수식어로 쓰이느냐 둘 중 하나이다.
아래 예시에서 알아보기 힘든 ‘형용사+명사’ 결합에는 밑줄을 쳤다.
貪 小+利 而 失 大+利. (작은 이익을 탐하다가 큰 이익을 놓치다.)
위 예문은 ‘형용사+명사’ 결합이 앞의 형용사가 뒤의 명사를 꾸미는 ‘수식어+피수식어’ 구조이다. 이렇게 쓰이면 해석을 우리말과 같이 앞에서부터 하면 되니까, 이해하기가 쉽다.
1) 大+耳 者 多+福. (귀가 큰 사람은 복이 많다.)
1-a) 財 難+得, 易+失. (재물은 얻기는 어렵고 잃기는 쉽다)
이렇게 ‘형용사+명사’ 형태에서 형용사가 뒤의 명사보다 나중에 해석되는 경우는 초학자에겐 다소 생소하여, 해석하기가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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