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章構造
문장은 주어 · 서술어 따위의 성분(成分)으로 이루어진다.
문장 성분 중에서도 주어 · 서술어 · 목적어 · 보어 따위를 주성분이라고 하고, 관형어 · 부사어처럼 다른 것을 수식해 부수적으로 쓰이는 것을 부속성분이라고 한다.
문장 구조는 대개 주성분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문장 구조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으니, 문장 구조도 해석을 위한 일종의 참고 도구에 불과할 뿐임을 명심하고 부담 없이 대하면 된다.
우리가 우리말에 대한 문법을 잘 모르고도 우리말을 잘 알고 있듯이, 이런 한문 문법을 잘 아는 것이 한문을 터득하는 데에 절대적이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설하는 문장 구조의 분류는 한문의 구조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둔 것으로 저의 주관적인 견해가 많아서, 이에 대해 이의(異議)가 있을 수 있으니, 이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아래 예시한 것 중에서 주어가 생략된 것이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어떤 문장에서 서술어가 나타내는 동작(동사) · 상태(형용사)의 주체가 되는 단어를 주어(主語)라고 하고, 주어의 동작 · 상태 · 상황 따위를 설명하는 것을 서술어(敍述語)라고 한다.
한문은 주어가 앞에 오고 술어가 뒤에 오는 【주어+서술어】 구조로, 이것을 줄여 ‘주술’이라고도 한다. 우리말도 ‘주어+서술어’ 형태로 한문과 비슷하여, 한문의 주술 구조는 상대적으로 이해하기가 쉽다. 주술 구조에서 주어가 될 수 있는 단어는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이고, 서술어가 될 수 있는 것은 용언(동사 · 형용사)과 체언이다.
간혹 1-a 같은 ‘서술어+주어’ 형태로 보이는 것이 있다. (이것이 1-b 같이 ‘주어+서술어’ 형태로도 쓰여서, ‘주어+서술어’ 구조의 도치인지, 그냥 ‘서술어+주어’인지, 아니면 ‘서술어+보어’인지 모호하다.) 이런 경우에 서술어로 쓰이는 단어는 주로 출현 · 생성 · 소멸 등의 의미를 갖는 出, 生, 發, 現, 開, 落, 降, 立 등이 있다.
이런 경우에 주어로 쓰이는 한자는 대개 자연물 · 생물 · 기후 현상인 경우가 많고, 가령 ‘雨’자가 ‘비가 오다’, ‘花’자가 ‘꽃이 피다’는 의미를 갖듯이 그 자체로 동사의 의미를 갖는 경우도 있다.
2) 堯+長, 舜+短.(요임금은 키가 크고, 순임금은 키가 작다.)
2-a) 象+長+鼻, +短+脚. (코끼리는 코가 길고 다리가 짧다.)
3) 我國+大卒者+多, +好學者+少.(우리나라는 대졸자는 많으나 배움을 좋아하는 자는 적다.)
위 예문 1은 형용사가 서술어로 쓰인 경우이다. 우리말처럼 한문에서도 형용사가 단독으로 술어로 쓰인다.
예문 3처럼 뒤의 명사가 길 때엔 명사가 연달아 나오고, 맨 뒤에 술어가 놓이기도 한다.
2) 色+卽是空, 空+卽是色.(색이 즉 공이고, 공이 즉 색이다.)
위 예문은 명사(체언)가 서술어인 경우로, ‘-은 -이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예시 1처럼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아무것도 없이 명사 자체만으로 서술어로 쓰일 때는 어조사 也가 잘 쓰인다.
또 예2처럼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是자 같은 한자가 쓰이는 경우가 있다.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쓰일 수 있는 한자는 是, 乃, 則, 卽 등이다.
예시 2처럼 주어나 서술어를 서로 바꾸어도 의미가 같은 때에는 則, 卽, 卽是, 乃 등이 쓰이는 것 같다.
주어와 술어를 갖추어 문장을 이루나 독립하여 쓰이지 못하고 다른 문장의 한 성분으로 쓰이는 것을 절(節)이라고, 주어가 절이 되면 주어절이 된다.
한 문장에 문장이 하나면 단문(單文)이고, 절이나 문장이 둘 이상이면 복문(複文)이라고 한다.
아래 예문들은 한문 자체로는 어떠한지 확실하지 않으나, 우리말로 해석하면 절(節)이 있는 복문 형태로 주술 구조가 확장된 것처럼 보인다. 아래를 보라.
1) 天高於山+必也.(하늘이 산보다 높은 것은 틀림없다)
2) 我國兩分+六十年也.(우리나라가 양분된 지 60년이다.)
2-a) 母呼子+五.(어머니가 아들을 부른 것이 다섯 번이다.)
1) 美女, 男所欲也. -미녀는 남자가 바라는 바이다.
1-a) 男所欲, 美女也. -남자가 바라는 것은 미녀이다.
1-a처럼 주어를 절(節)로 길게 바꾸어 표현해도, 예 1과 비슷한 의미가 된다.
주어와 술어만으로 뜻이 불완전한 문장에서 그 불완전함을 보충해 주는 것을 보어(補語)라고 한다.
한문에선 서술어가 앞에 위치하고 보어가 뒤에 오는 【서술어+보어】 형태이지만, 우리말은 이와 반대로 ‘보어+서술어’ 형태이다.
한문의 보어 중에는 국어나 영어의 보어와는 다른 것이 있다. 아래 예문 중에는 주어가 생략된 것도 있으니, 착오 없기 바란다.
1) 芽+爲+花, 花+實. (싹이 꽃이 되고, 꽃이 열매가 된다.)
無虎洞中狸+作+虎. (호랑이가 없는 굴에 너구리가 호랑이가 된다.)
1-a) 我軍+爲+敵所敗. (아군은 적이 패배시키는 바가 되었다.)
그런데 예2처럼 ‘非’가 보어를 취하는 것으로 본다면 2-a의 ‘是’도 그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문제가 생긴다.
非자도 목적어를 취하는 동사로도 쓰여, 이런 술보 구조만으로 쓰이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위 예시들은 술어는 동사이고, 보어로는 전치사구(전치사+명사)가 쓰인 경우다.
한문의 전치사구는 영어의 전치사구나 국어의 ‘명사+조사’ 형태와 비슷한데, 영어에서 전치사구와 국어에서 ‘명사+조사’ 결합은 보어로 간주하지 않는다.
보어로 쓰이는 전치사구를 이끄는 전치사는 대개 於 · 于 · 乎 등이고, 특히 以가 이끄는 전치사구는 보어가 되지 못하는 듯하다.
위의 예문 1처럼 동작의 대상이 되는 장소 · 공간 · 방향 등을 의미하는 전치사구가 보어로 쓰인다.
1-a 같이 전치사 於가 없이도 쓰이기도 한다. 이것이 전치사가 생략된 것 같기도 하지만, ‘山’이 그 자체로 명사보다는 부사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도 같다.
예문 2처럼 주체 동작의 상대 · 대상 · 목표 등이 되는 전치사구가 보어로 쓰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전치사는 생략될 수 있다.
能+於數學, 不能+於英語. (수학에 능하고 영어에는 능하지 않다.)
我國+多+於山, 少+於野.(우리나라는 산으론(산은) 많고 들로는 적다.)
위 예시는 술어가 형용사이고, 보어는 전치사구(前置詞句)가 쓰였다고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 경우에 쓰이는 전치사구는 장소 · 공간 · 방면 · 분야 · 비교 대상 등의 의미를 갖는다. 또 이 경우에 전치사는 생략되는 수가 있는 듯하다.
주어가 생략됐다고 가정하면, 한문은 【술어+목적어】 구조로 국어의 ‘목적어+술어’ 형태와 반대이다.
영어도 술목(술어+목적어) 구조이므로, 우리가 영어를 조금만 알고 있다면, 술목 구조에 익숙해져 있을 터이다.
술목 구조에서 술어가 될 수 있는 품사는 동사이고, 목적어가 될 수 있는 것은 체언이다.
2) 勿務+末, 務+本.(말단에 힘쓰지 말고 근본에 힘써라)
識者+矜+人 以識也.(식자는 남들에게 지식으로 뽐낸다)
위 예문들은 술목 구조들이다. 술목 구조에서는 대개 목적어가 예1처럼 조사 ‘~을(를)’을 취하여 우리말로 해석되는데, 예2처럼 문맥이나 목적어를 취하는 동사에 따라 ‘~에’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1) 君子+重+義, 小人+重+利.(군자는 의를 중시하고, ~ 이익을 중시한다.)
1-a) 君子+重+義, 小人+重+利.(군자에겐 의가 중하고, ~ 이익이 중하다.)
重자는 기본적으로 ‘무겁다’는 의미로 목적어를 취할 수 없으나, 예1에서 重은 ‘중시하다(중하게 여기다)’는 의미로 목적어를 취하는 동사처럼 해석이 된다.
이것은 한문이 우리말과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다.(의동용법)
1) 三尺童子+亦知+我國語異乎美國. (삼척동자도 우리말이 미국과 다름을 알고 있다.)
1-a) 我+聞+忠臣不事二君.(나는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고 들었다.)
孔子+曰+過猶不及. (공자가 ‘과함은 모자람과 같다.’라고 말했다.)
위 예문은 영어의 목적어절(目的語節)과 비슷하게, 서술어가 목적어나 목적어 비슷하게 취급할 수 있는 것을 절을 길게 취하여 해석이 됐다. 이런 형태에서 동사(서술어)로 쓰이는 한자는 視 · 聞 · 覺 · 知 · 憂 · 欲 · 曰 등이고, 해석할 때 목적어의 끝이 꼭 예문 1처럼 ‘-함을’(‘-하기를’)로 해석하지 만은 않고, 쓰이는 동사에 따라 예문 1-a처럼 ‘-ㄴ다고’, ‘-라고’ 등으로 해석한다. 이런 경우에 서술어가 어디까지 목적어를 취하는지 구분하기가 까다로울 수 있다.
1) 兄+授+弟+黃金也. (형이 동생에게 황금을 주었다.)
1-a) 兄+授+黃金+於弟也. (형이 황금을 동생에게 주었다.)
1-aa) 兄+授+黃金+弟也. (형이 황금을 동생에게 주었다.)
1-b) 兄+以黃金+授+弟也. (형이 황금으로써(황금을) 동생에게 주었다.)
授자처럼 4형식을 이끄는 한자는 수여 · 증정 · 발송 · 기탁 · 위임 · 임대 · 지도 · 부과 · 탈취 등의 의미를 갖는 與 · 予 · 賜 · 贈 · 給 · 稟 · 遺 · 獻 · 貽 · 送 · 致 · 饋 · 受 · 讓 · 借 · 假 · 寄 · 囑 · 敎 · 奪 · 取 · 加 등이다.
4형식 문형은 1-a처럼 직접목적어를 앞으로 빼고 간접목적어는 전치사를 취하고 뒤로 위치시키는 형태로 한문의 5형식 비슷하게 바꿔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1-a에서 전치사(어조사) 於는 아래 예시 1-aa처럼 생략되기도 한다.
1-b 같은 문장 형태에 잘 쓰이는 것으로 보이는 한자(동사)는 授 · 遺 · 賜 · 妻 등이다.
1) 孔子+問+禮+於老子. (공자가 예를 노자에게 물었다.)
天子+封+姜太公+齊. (천자가 강태공을 제(齊)에 봉했다.)
위 예문은 보어가 전치사구로 영어에서는 목적보어로 간주하지 않아서 5형식이 아니나, 한문에서는 보어로 본다.
여기에서 보어로 쓰일 수 있는 전치사구나 명사(명사처럼 보이나 실질적인 의미는 부사에 가까움)는 위 예문에서 보듯이 주체의 동작이 미치는 상대 · 대상 · 목표 · 방향 · 장소 등이 된다.
1-a처럼 보어 자리에 어조사가 없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1) 人+謂+沈淸+孝女. (사람들은 심청을 효녀라고 한다.)
1-b) 人+以孝女+稱+淸. (사람들은 효녀로 심청을 칭한다.)
2) 人+謂+興夫+善. (사람들은 흥부를(흥부가) 착하다고 한다.)
예 1에서 동사 謂는 ‘-라고 하다’라는 의미는 갖는데, 이런 부류의 의미를 갖는 한자가 5형식을 이끄는 듯하다.
謂자 말고도 爲 · 謂~曰 · 稱 · 次 · 題 등이 이렇게 쓰이는 듯하다.
예 1은 1-a처럼 목적어가 서술어 앞에 오는 도치되는 형태로도 많이 쓰인다.
1-b처럼 보어에 해당하는 것을 以가 들어가는 전치사구 형태로 써도, 의미는 비슷해지는 듯하다.
예 2처럼 보어가 형용사일 때는 목적어를 ‘-를’로 말고, ‘-이(가)’로 해석해도 될 듯하다.
金氏+請+友+貸金. (김씨가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기를 청했다.)
民+願+王+旋善政. (백성은 왕에게 선정을 베풀기를 원한다.)
비고) 民+願+王旋善政. (백성은 왕이 선정을 베풀기를 원한다.)
한문에서 위 예문처럼 請 · 願 같은 청원(請願)의 의미가 있는 단어가 쓰일 때도 영어의 5형식과 비슷한 구조를 갖지 않나 생각된다. 그런데 비고처럼 해석이 가능한 경우도 있어, 3형식에 가까운 구조로 볼 수도 있게 된다.
孔子+使+子路+彈琴. (공자는 자로에게 거문고를 타게 했다.)
國+命+民+養蠶. (나라에서 백성에게 명하여 누에를 치도록 하였다.)
영어에서 남에게 무엇을 시켜서 하게 하는 의미를 갖는 let · make 따위의 사역(使役) 동사가 쓰일 때 5형식 문형이 쓰이는데, 위 예시도 이와 비슷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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