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여 장비서에게 드림(醉贈張秘書)-한유(韓愈)
▶ 張秘書: 張은 성, 秘書는 벼슬 이름. 장비서는 張徹이란 말도 있으나 확실치 않다.
《韓文》 권2에 실려 있으며, 장비서의 집에서 당시의 문인들과 술을 마시고 그에게 지어준 시이다.
人皆勸我酒, 我若耳不聞.
사람들이 모두 내게 술을 권하여도, 나는 듣지 못한 척 해오다가,
今日到君家, 呼酒持勸君.
오늘은 그대 집에 와서, 술을 청하여 그대에게 권하네.
▶ 呼酒 : 술을 불러. 술을 청하여. 持勸君 : 그것을 가지고 그대에게 권한다. 곧 그 술을 권한다는 말.
爲此座上客, 及余各能文.
이 좌상의 손님과 내가 각기 글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일세.
▶ 爲 : ~때문.
君詩多態度, 藹藹春空雲.
그대의 시에는 정태(情態)와 법도가 많아, 자욱한 봄 하늘의 구름 같고,
▶ 態度 : 情態와 법도. 곧 度에 벗어나지 않는 아름다운 표현.
▶ 藹藹(애애) : 구름이 가득히 어울려 있는 모양.
東野動驚俗, 天葩吐奇芬,
孟郊는 世俗을 놀라게 하기 일쑤이니, 하늘의 꽃이 기이한 향기를 뿜는 듯하고,
▶ 東野 : 孟郊의 자. 그는 韓愈의 제자로 이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의 하나이다. 그의 시는 奇澁하여 읽기 까다로움이 특징이다.
▶ 天葩(천파) : 天花, 하늘의 꽃. 吐奇芬(토기분) : 기이한 향기를 뿜다.
張籍學古淡, 軒鶴避鷄羣.
張籍은 옛날의 담담한 氣風을 배워, 높이 나는 학이 닭의 무리를 피하듯 하네.
▶ 張籍 : 자가 文昌. 한유의 추천으로 博士·水部員外郞主客郎中 國司 등을 지낸 시인. 그는 특히 樂府詩에 뛰어났다.
▶ 古淡(고담 : 古風과 담백한 맛.
▶ 軒鶴(헌학 : 높이 나는 학.
阿買不識字, 頗知書八分.
내 조카는 글도 제대로 모르지만, 글씨는 곧잘 쓸 줄 알아,
▶ 阿買(아매) : 조카를 이름. 韩愈子侄的小名。后用以借称子侄。
▶ 不識字 : 글자를 모른다기보다 ‘문장을 잘 모른다.’라는 뜻임.
▶ 八分(팔분) : 書體의 일종. 어떤 서체였는지 지금은 정설이 없다.
詩成使之寫, 亦足張吾軍.
시가 되면 그에게 베끼도록 하니, 역시 우리 군진을 벌이기에 족하다 하겠네.
▶ 張吾軍 : 내 軍陣을 펼친다. 軍陣은 筆陣에 비유한 것.
所以欲得酒, 為文俟其醺.
술을 얻으려 한 까닭은, 얼큰하길 기다려 글을 지으려는 걸세.
▶ 爲文 : 글을 짓는 것.
▶ 侯(사) : 기다리다.
▶ 醺(훈) : 술에 얼근히 취하다. 술이 얼근한 뒤에 글을 짓는다는 말.
酒味旣冷洌, 酒氣又氤氳.
술맛은 차고도 시원하고, 술기운은 향긋이 취해 오르네.
▶ 洌(열) : 매섭게 추운 것.
▶ 氤氳(인온) : 기운이 성한 것. 여기서는 ‘술기운이 향긋하면서도 취해 오름.’
性情漸浩浩, 諧笑方云云.
본성과 감정이 점점 넓고 커지니, 얘기하고 웃는 소리 왁자지껄하네.
▶ 云云(운운) : 말이 많음. 왁자지껄함.
此誠得酒意, 餘外徒繽粉.
이것이야말로 술마시는 뜻을 제대로 얻은 것이니, 이 밖의 다른 것은 쓸데없는 말일세.
▶ 餘外 : 그밖에 다른 일.
▶ 繽粉(빈분) : 난잡한 것. 어지러이 섞이는 것.
長安衆富兒, 盤饌羅羶葷.
장안의 부호 자제들은, 소반의 반찬에 고기와 나물을 차려놓고,
▶ 盤 : 쟁반. 소반. 饌(찬) : 반찬.
▶ 羶(전) : 육류로 만든 술 안주.
▶ 葷(훈) : 마늘·파·부추·생강 등 향채를 넣어 만든 고급 채소요리.
不解文字飲, 惟能醉紅裙.
글 지으며 술마실 줄은 모르고, 오직 붉은 치마에 취하네.
▶ 紅裙(홍군) : 붉은 치마를 두른 여자
雖得一餉樂, 有如聚飛蚊.
비록 한창의 즐김은 얻겠지만, 모여서 나는 모기와 같네.
▶ 一餉(일향) : 한창 짧은 동안.
▶ 聚飛蚊(취비문) : 모여서 나는 모기떼.
今我及數子, 故無蕕與薰.
지금 나와 여러분은 본시 썩은 풀과 향초가 섞인 것이 아니어서,
▶ 蕕(유) : 고약한 냄새가 나는 풀.
▶ 薰(훈) :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풀. 猶與薰은 성격이나 취미, 행동이 서로 판이한 사람들에 비유된다.
險語破鬼膽, 高詞媲皇墳.
뛰어난 말은 귀신의 쓸개를 찢고, 고상한 글귀는 태곳적 글에 견줄 만하네.
▶ 險語 : 험준하게 뛰어난 말.
▶ 破鬼膽 : 귀신의 쓸개를 깨뜨린다. 따라서 그 말이 사람을 놀라게 할 터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 高詞 : 고상한 글귀.
▶ 媲(비) : 짝. 配. 比의 뜻.
▶ 皇墳 : 三皇시대의 책. 書序에 ‘伏羲·神農·黃帝의 책을《三墳》이라 한다.’라고 하였다. 이곳의 墳은 이 《삼분》을 말한다.
至寶不雕琢, 神功謝鋤耘.
지극한 보배는 깎고 다듬을 필요가 없고, 신묘한 잎은 풀 뽑고 김매지 않고 이뤄진다네.
▶ 雕琢 : 옥에 무늬를 새기고 쪼아내고 하여 다듬는 것.
▶ 神功 : 신묘한 일의 결과.
▶ 鋤(서) : 호미, 김매다.
▶ 耘(운) : 김매다. 至寶나 神功 같은 훌륭한 문장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뜻.
方今向泰平, 元凱承華勛.
지금은 태평시대로 가고 있어, 어진 이들이 요순 같은 어진 임금을 받들고 있네.
▶ 元凱(원개) : 고대의 賢臣 八元·八凱.
高陽氏(:顓頊)에게 才子 8인이 있었는데 세상에선 그들을 八凱라 하였다.
高辛氏(:帝嚳)에게 재자 8인이 있었는데 세상에선 그들을 八元이라 하였다[《左傳》文公 18년].
따라서 원개는 훌륭한 輔臣을 말한다.
▶ 華勛(화훈) : 堯임금의 호가 放勛, 舜 임금의 호가 重華였다《史記》. 화훈은 중화와 방훈을 합친 것으로 堯舜과 같은 聖君을 가리킨다.
吾徒幸無事, 庶以窮朝曛.
우리들은 다행히 아무 일도 없으니, 아침저녁으로 이런 즐거움을 추구하는 걸세.
▶ 庶(서) : 바라다.
▶ 曛(훈) : 날이 어두워지는 것. 저녁때. ‘窮朝廬’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러한 文字飮의 추구를 꾸준히 해나가겠다는 뜻.
해설
뜻 맞는 친구들과 어울려 文字飮을 하면서, 그 즐거움과 의의를 읊은 것이 이 시이다. 韓愈는 본시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처럼 뜻 맞는 친구들을 만나면 淸遊를 마다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멋없는 長安 부자들의 飮宴이 우습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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