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좌승에게 올림(贈韋左丞)-두보(杜甫)
▶ 贈韋左丞 : 韋左丞은 韋濟. 좌승은 벼슬 이름.
이 시는 《杜少陵集》 권1에 〈奉贈韋左丞丈二十二韻〉이란 題名으로 실려 있다.
紈袴不餓死, 儒冠多誤身.
귀족들은 굶어 죽지 않으나, 선비에는 몸을 그르치는 이가 많네.
▶ 紈袴(환고) : 흰 비단 바지. 흰 비단 바지를 입고 있는 귀족.
▶ 儒冠(유관) : 儒冠을 쓴 사람. 儒生.
丈人試靜聽, 賤子請具陳.
좌승께선 잘 들어 보십시오. 천한 제가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丈人 :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한 존칭. 친구 사이에도 쓰인다. 여기서는 위좌승을 가리킨다.
▶ 賤子 : 천한 사람. 두보 자신을 낮추어 한 말.
▶ 具陳 : 모두 진술한다. 샅샅이 말한다.
甫昔少年日, 早充觀國賓.
제가 옛날 젊었던 날엔, 일찍이 장안으로 과거를 보러 갔소.
▶ 甫 : 두보의 이름.
▶ 少年 : 젊었을 때. 지금 우리말로는 少年보다 청년에 가까운 뜻으로 쓰였다.
▶ 觀國賓 : 《易經》 觀卦 64의 爻辭에 '나라의 빛을 보고 그것으로써 임금의 客됨이 이롭다[觀國之光, 利用賓于王].'라고 한 데서 나온 말. 나라의 빛을 본다고 함은 都城에 나가 문물의 光輝를 구경함, 임금의 손이 된다고 함은 賢德한 사람으로서 임금의 대우를 받음이다. 여기서는 두보가 장안에 가서 과거를 보았던 일을 말한다. 그는 開元 23년(735) 24세 때 과거를 보았으나 낙제한 일이 있다.
讀書破萬卷, 下筆如有神.
책은 만 권을 넘게 읽었으며, 붓을 들면 신이 들린 듯하였소.
▶ 如有神 : 神이 있는 듯하다. 곧 신묘한 작용이 있는 듯 名文을 쓴다는 뜻.
賦料揚雄敵, 詩看子建親.
부(賦)는 揚雄에 필적할 만하고, 시는 조식(曹植)과 비슷했소.
▶ 料 : 생각하다. 揚雄( 기원전 52~기원전 18) : 字는 子雲. 成都 사람으로 漢나라 의 대표적인 賦의 작가.
▶ 子建 : 曹植의 字, 조식은 魏나라 武帝 曹操의 아들이며 文帝 曹의 아우로서, 그 시대를 대표할만한 시인이었다. 전출 <七步詩> 참조
李邕求識面, 王翰願卜隣.
李邕도 나와 알고 지내기를 바랐고, 왕한(王翰)은 나와 이웃해서 살기를 원했소.
▶ 李邕 : 唐代의 名士. 字는 泰和이고 揚州 江都 사람. 武后 때 左拾遺, 玄宗 때엔 戶部郎中을 거쳐 括州刺史를 지낸 사람.
▶ 王翰: 자는 子羽. 幷州 晉陽 사람. 任俠의 士로서 道州司馬를 지냈다.
▶ 卜隣 : 이웃에 주거를 정함. 옛날엔 점을 쳐 살 곳을 정하였으므로, 주거를 정함을 卜居라 한다.
自謂頗挺出, 立登要路津.
나 자신을 제법 뛰어나다 생각하고, 당장 중요한 벼슬자리로 뛰어오르려 했소.
▶ 挺出(정출) : 뛰어나다.
▶ 立 : 즉시. 바로
▶ 要路津 : 要路는 권세있는 높은 지위. 津도 역시 所의 뜻을 나타낸다.
致君堯舜上, 再使風俗淳.
임금을 요순보다 위로 모셔드리고, 다시 풍속을 순박하게 만들려 했지요.
此意竟蕭條, 行歌非隱淪.
이런 뜻이 마침내는 오므라들고 말았지만, 길을 다니며 노래를 불러도 세상을 등진 사람은 아니오.
▶ 蕭條 : 蕭索으로 된 판본도 있으며, 다 같이 일이 뜻대로 되지 못하여 ‘쓸쓸한 것’.
▶ 隱淪 : 속세로부터 숨어 사는 仙人. 桓譚의 〈新論〉에 '천하에 神人이 다섯 가지 있다. 첫째는 神仙, 둘째는 隱淪………’이라 하였다.
騎驢三十載, 旅食京華春.
나귀 타고 30년, 장안의 봄을 나그네로 살아왔소.
▶ 京華 : 서울. 장안.
朝扣富兒門, 暮隨肥馬塵.
아침이면 부잣집 문을 두드리고, 저녁이면 살찐 말 뒤를 따라다녔는데,
▶ 扣(구) : 두드리다.
▶ 肥馬塵 : 살찐 말의 먼지. 곧 귀인들이 탄 살찐 말이 달리며 뒤에 남기는 먼지.
殘盃與冷炙, 到處潛悲辛.
술 찌꺼기와 식은 불고기가, 가는 곳마다 설움과 뼈아픔을 맛보게 했소.
▶ 炙(적) : 구운 고기.
▶ 潛(잠 : 남몰래.
主上頃見徵, 欻然欲求伸.
임금님이 요새 어진 이를 구하신다기에, 문득 뜻을 펴고자 하였으나,
▶ 主上 : 천자.
▶ 見徵 : 賢士가 천자의 '부르심을 받는 것'. 天寶 6년(747) 玄宗은 천하의 1藝라도 뛰어나게 지닌 사람은 모두 불러오도록 하였다《杜詩錢註》.
▶ 欻然(훌연) : 갑자기 급히.
▶ 伸 : 자기의 뜻을 펴는 것.
青冥却垂翅, 蹭蹬無縱鱗.
푸른 하늘로 날려다 날갯죽지 꺾이고, 어정거리며 활개를 잃어버렸소.
▶ 靑冥 : 푸르고 높은 하늘. 조정에 비유한 것.
▶ 却垂翅 : 날갯죽지를 드리우고 물러났다. 곧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려다 방해를 받고 날갯죽지를 늘어뜨리고 내려왔다는 뜻. 천보 6년 현종은 천하의 賢士들을 널리 구했으나 재상 李林甫는 尙書省에 명하여 간계로 이들을 모두 물리치게 하였다. 두보도 임금의 詔命에 응하여 나아갔었으나 쫓겨나왔다《杜詩錢註》.
▶ 蹭蹬(층등) :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어정거림. 앞으로 나아갈 기세를 잃음.
▶ 縱鱗 : 멋대로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 비늘.
甚愧丈人厚, 甚知丈人眞.
좌승의 두터운 뜻에 매우 부끄럽고, 좌승의 진심을 잘 알고 있소이다.
每於百寮上, 猥誦佳句新.
좌승은 언제나 관료들 위에 계시며, 외람되게 나의 새로운 佳句를 외우시오.
▶ 寮(료) : 동료. 僚와 통하는 자.
▶ 猥(외) : 외람되이.
竊效貢公喜, 難甘原憲貧.
옛날 貢禹의 기뻐함을 남몰래 본뜨고 싶으니, 原憲의 가난은 견디기 어렵소.
▶ 竊效(절효) : 남몰래 본뜨는 것.
▶ 貢公喜 : 貢公은 漢代의 貢禹. 그는 자가 少翁. 經學과 덕행으로 알려졌었는데 王吉(字 子陽)이란 친한 친구가 있었다. 왕길이 벼슬을 하면 공우는 자기 일 못지않게 기뻐했었다[《漢書》列傳]. 공공의 기쁨을 속으로 본뜨고 싶다고 함은 左丞에게 천거를 기대하는 뜻을 나타낸다.
▶ 原憲 : 孔子의 제자. 덕이 있으면서도 가난하게 살았다.
焉能心快快? 祇是走踆踆.
어찌 속으로 불평만 하고 있으리까? 단지 이곳저곳 돌아다니고만 있소.
▶ 快快(앙앙) : 불평하는 모양.
▶ 祗(지) : 다만. 只의 뜻.
▶ 踆踆(준) : 뛰어다니는 모양
今欲東入海, 卽將西去秦.
지금 동쪽 바다로 들어가려 하다가, 곧 서쪽으로 장안을 떠나려 하오.
▶ 秦(진 : 장안은 秦 땅, 지금의 省에 있었다.
尚憐終南山, 回首淸渭濱.
그러면서도 終南山을 못잊어, 맑은 渭水 가로 머리를 돌리오.
▶ 終南山 : 섬서성 西安府에 있는 산 이름. 장안의 남쪽에 있어 南山이라고도 불렀다.
▶ 渭(위) : 渭水. 예부터 ‘靑渭濁涇’이라 일렀다.
常擬報一飯, 況懷辭大臣!
언제나 한 끼 밥의 은혜도 갚으려 하거던, 하물며 생각해 주시는 좌승을 떠나리까?
▶ 擬(의) : ~하고자 함.
▶ 報一飯 : 한 끼 밥의 은혜도 갚다. 조그만 은혜도 갚는다는 뜻으로 《史記》范離傳에 ‘一飯의 은혜도 꼭 갚는다.’라고 하였다.
▶ 大臣 : 韋左丞을 가리킨다.
白鷗沒浩蕩, 萬里誰能馴?
갈매기가 아득한 바다 저쪽으로 날려 하니, 만 리를 떠나려는 나를 누가 달랠 수 있으리까?
▶ 白鷗 : 갈매기.
▶ 沒浩蕩 : 넓은 바다 물결 저쪽으로 보이지 않게 되어 버리는 것.
▶ 萬里 : 萬里 길을 멀리 떠나려는 두보 자신을 가리킨다.
해설
이 시는 앞에서는 자기의 재능과 포부를 얘기하고 다시 불우했던 자기의 지난날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는 左丞에게 자기를 이끌어 주기를 바라면서 여의치 않을 때는 멀리 떠나겠다는 고별인사를 겸하고 있다.
淸 楊倫의 《杜工部年譜》에 의하면 이 시는 天寶 7년(748)에 쓰여졌고 천보 8년에는 잠시 洛陽으로 갔다가 다시 장안으로 돌아왔다. 앞에 나온 〈投贈哥舒開府二十韻〉과 함께 아울러 읽어 보면, 위대한 시인 두보도 생계를 위하여 권세가들에게 이처럼 간절한 시를 보내어 자기를 이끌어 주기를 바랐음을 알 수 있지만, 아무런 효험도 없었던 듯하다.
'漢詩와 漢文 > 古文眞寶(고문진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3五言古風長篇-26齪齪(착착) (0) | 2024.02.08 |
---|---|
3五言古風長篇-25醉贈張秘書(취증장비서) (2) | 2024.02.08 |
3五言古風長篇-23投贈哥舒開府二十韻(투증가서개부이십운) (2) | 2024.02.08 |
3五言古風長篇-22寄李白(기이백) (1) | 2024.02.08 |
3五言古風長篇-21上韋左相二十韻(상위좌상이십운) (1) | 2024.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