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에게 부침(李白)-두보(杜甫)
▶ 寄李白 : 李白에게 붙임. 《杜少陵集》권8에 〈寄李十二白二十韻〉이라 題하고 있다.
至德 원년(756), 이백은 반란을 일으킨 永王 璘의 군대가 丹陽에서 패하자, 宿松이란 곳으로 갔었으나, 죄에 연루되어 잡혀서 潯陽의 옥에 갇히었다.
지덕 2년 宋若思가 河南으로 가는 길에 심양을 지나다가, 이백의 죄가 가벼우므로 그를 풀어주고 參謀로 삼았다. 이때 이백의 나이 57세였다.
다음 해인 건원 원년(758)에는 마침내 영왕 璘의 사건으로 멀리 夜郎 땅에 유배되었다.
이 시는 건원 2년 두보가 秦州에 있으면서 이백의 불우를 동정하고 지은 것이다.
《두소릉집》에 '李十二白'이라 함은 그의 형제 排行이 열두 번째이기 때문이다.
昔年有狂客, 號爾謫仙人.
옛날에 狂客이 그대를 불러 謫仙人이라 하였지.
▶ 昔年有狂客 : 狂客이란 세속에 반하는 뜻을 지닌 사람으로 四明狂客이라 號하였던 하지장을 가리킨다. 이백이 처음 長安에 나타났을 때 하지장은 이백을 보자 그의 仙風을 느끼고 謫仙人 곧 '이 세상으로 귀양온 神仙'이라 불렀다 한다.
筆落驚風雨, 詩成泣鬼神.
붓을 들면 비바람을 놀라게 하고, 시가 이루어지면 귀신을 울렸네.
▶ 筆落 : 붓이 종이에 떨어지면. 붓을 종이에 대면.
▶ 驚風雨 : 風雨가 놀란 듯 일어나듯이 기세 좋은 문장을 쓰다.
聲名從此大, 汨沒一朝伸.
명성이 이로부터 커졌으니, 묻혀 살던 몸이 하루아침에 펴졌지.
▶ 汨沒 : 汨과 沒은 다 같이 '沈'의 뜻을 지녀, 초야에 묻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음을 뜻한다. 伸 : 뜻을 펴다. 뜻을 이루다.
文彩承殊渥, 流傳必絶倫.
아름다운 글은 천자의 두터운 사랑을 받고, 유행하는 작품은 모두가 절륜하였네.
▶ 文彩 : 문장의 채색과 무늬. 詩文의 아름다움.
▶ 殊渥 : 특수하게 많은 恩愛를 천자로부터 받음.
▶ 流傳 : 세상에 유행하고 전해지는 시.
▶ 絶倫 : 비길 데 없이 뛰어남.
龍舟移棹悼晚, 獸錦奪袍新.
용주는 그대를 위해 노를 더디 저었고, 짐승무늬의 비단 長袍를 천자께 받았네.
▶ 龍舟 : 천자가 탄 배. 龍頭가 달린 배.
▶ 移悼晩 : 노를 저음을 더디한다. 곧 천자의 배가 李白을 기다리느라고 늦게 떠났다는 뜻.
范傳正의 이백 墓碑에 일렀다.
'玄宗이 白蓮池로 뱃놀이를 나가셨다. 황제가 즐거이 다 노시고 이백을 불러 序를 짓게 하셨다. 이때 이백은 이미 翰林苑에서 술에 취하여 있었으므로 高將軍에게 명하여 부축하게 하고 배에 올랐다.‘
이때의 일을 가리킨 것이다.
▶ 獸錦 : 짐승의 무늬가 짜여진 비단
▶ 奪袍新 : 《舊唐書》에 일렀다.
‘武后가 從臣들에게 시를 읊게 하였다. 東方虯가 먼저 지으니 錦袍를 내리었다. 宋之問이 이어 시를 바치니 더욱 잘된 것이었다. 이에 금포를 빼앗아 송지문에게 내리었다.’
이 고사를 전용하여 '長袍를 새로이 빼앗았다.'라 함은 이백이 현종으로부터 시에 대하여 많은 賞賜를 받았다는 말이다.
白日來深殿, 靑雲滿後塵.
대낮에는 궁전을 드나들었고, 고관들이 그대 뒤에 가득히 따랐네.
▶ 深殿 : 천자가 계시는 궁전. 대낮에는 천자가 계시는 곳을 드나들었다고 함은 총애가 지극하였음을 형용한 것이다.
▶ 靑雲 : 푸른 구름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관료.
▶ 滿後塵 : 이백 뒤의 먼지 속에 가득하였다. 곧 많은 고관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는 뜻.
吃歸優詔許, 遇我宿心親.
초야로 돌아가기를 바라자 천자는 조칙 내려 허락하셨고, 나를 만나 꾸준한 마음으로 친히 대해 줬네.
▶ 乞歸 : 山野로 돌아갈 것을 청하는 것.
▶ 優詔許 : 좋게 여기시고 조칙을 내려 허락하셨다.
▶ 遇我 : 나를 만나자, 나 두보를 대우하기를.
▶ 宿心親 : 오래 전부터 마음으로 친했던 듯하다.
未負幽棲志, 兼全寵辱身.
숨어 살려는 뜻을 어기지 아니하고, 총애 끝에 욕볼 몸을 온전히 하였네.
▶ 幽棲志 : 은퇴하여 살려는 뜻.
▶ 寵辱身 : 총애를 받다가 욕을 당하는 몸. 이백은 처음엔 현종의 총애를 받았으나 高力士 등의 讒言으로 욕을 보았다.
劇談憐野逸, 嗜酒見天真.
멋대로 얘기하며 초야의 편안함을 좋아하고, 술을 즐기어 天眞함을 나타내었네.
▶ 劇談 : 멋대로 얘기하다.
▶ 憐 : 사랑하다. 동정하다.
▶ 野逸 : 초야에 묻혀 사는 안일함.
▶ 天眞 : 하늘로부터 타고난 참된 성격.
醉舞梁園夜, 行歌泗水春.
취하여는 梁園의 밤잔치에서 춤을 추었고, 泗水의 봄경치를 다니며 노래하였네.
▶ 梁園 : 河南省 汴州에 있는 漢나라 梁孝王의 兎園. 이백에게 <梁園吟>이란 시가 있다. 이백은 翰林으로부터 쫓겨나 梁·宋·齊·魯 지방을 客遊하며 시를 읊었다. 天寶 3, 4년(744, 745)경의 일이다. 이때 두보는 여러 번 이백과 어울렸었다.
▶ 泗水(사수) : 山東省에 있는 강물 이름. 孔子가 이 강물 근처에서 가르침을 펴 유명하다.
才高心不展, 道屈善無鄰.
재주는 높으나 마음을 펴지 못하고, 앞길이 굽혀지니 착함에도 이웃이 없었네.
▶ 道屈 : 이백이 펴려는 도가 굽히어 오므라듦.
▶ 善無鄰 : 선한 데도 이웃이 없다. 《論語》 里仁편에서 ‘德은 외롭지 아니하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隣)'라고 한 말을 뒤집어 표현하였다.
處士禰衡俊, 諸生原憲貧.
처사 禰衡은 뛰어났으나 숨어 살았고, 공자의 제자 원헌은 재덕 있었으나 가난하게 살았네.
▶ 禰衡(예형) : 字는 正平. 後漢 사람. 어려서부터 才辯이 있었고 기상이 剛傲하였다. 孔融이 뒤에 그는 淑質이 貞亮하고 英才가 뛰어나다고 임금에게 천거하였다《後漢書》列傳. 禰衡俊은 예형처럼 준수하다는 뜻.
▶ 諸生原憲貧 : 孔子의 제자 原憲은 가난했다. 그는 字가 子思, 宋人으로 청정히 수절하고 가난하면서도 樂道하였다. 이백도 원헌처럼 덕이 있으면서도 가난하게 산다는 뜻.
稻粱求未足, 薏苡謗何頻?
벼와 조도 바라는 대로 구하지 못하거늘, 율무를 참언 당함이 얼마나 많았던가?
▶ 稻粱(도량) : 벼와 조. 식량을 가리킨다.
▶ 薏(의) : 율무,
▶ 苡(이) : 율무.
▶ 謗(방) : 훼방하다. 비난하다.
▶ 薏苡謗何頻 : 옛날 後漢 때 馬援(字 文淵, 扶風 茂陵人)은 처음에 交趾에 있으면서 언제나 薏苡를 먹었다. 그럼으로써 몸을 가벼이 하고 욕망을 덜어 瘴氣를 이겨냈다.
남쪽의 율무는 열매가 크다. 마원은 씨를 받으려고 군대가 돌아올 때 그 씨를 수레에 싣고 왔다. 이때 사람들은 그것을 南土의 珍怪라 여겨, 권세가들이 모두 이것을 얻고자 했다. 마원은 이때 임금의 총애를 받고 있었으므로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다. 그가 죽자 어떤 자가 상서하여 전에 수레에 싣고 왔던 것이 모두가 明珠와 文犀였다고 참언하였다. 이에 임금은 대단히 성을 내셨다 한다《後漢書》列傳.
薏苡謗何頻은 마원이 율무를 가지고 明珠라고 참언을 받았던 것처럼 이백도 근거없는 참언을 여러 번 받았다는 뜻.
五嶺炎蒸地, 三危放逐臣.
오령의 무더운 고장, 삼위로 쫓겨나는 몸이 되었네.
▶ 五嶺 : 大庾·始安·臨賀·桂陽·揭陽의 다섯 고개로서, 福建으로부터 廣東, 湖南으로부터 廣西로 들어가는 도중에 있다. 오령의 남쪽을 嶺南道라 하였으며 兩越과 安南 지방을 가리켰다. 夜郎은 이 嶺南에 있다.
▶ 三危 : 서쪽에 있는 산 이름. 《書經》 舜典에도 ‘三苗를 三危로 쫓아냈다.'라고 하였다. 甘肅省 敦煌縣에 있다. 혹은 같은 省의 渭源縣 또는 天水縣에 있다느니 西藏에 있다느니 한다. 夜郞은 貴州省 西境에 있었으므로 오령이나 삼위에 가까운 곳이었다.
幾年遭鵩鳥? 獨泣向麒麟.
몇 년이나 鵩鳥를 만날까 하였고, 홀로 기린이 나타나지 않음을 울었던가?
▶ 遭鵩鳥(조복조) : 鵩鳥를 만나다. 복조는 상서롭지 못한 새라 하여 漢나라 賈誼가 湖南省 長沙로 귀양가서 <鵩鳥賦>를 지었다. 따라서 遭鵩鳥는 熱濕한 곳에서 불안한 귀양살이함을 뜻한다.
▶ 獨泣向麒麟(독읍향기린) : 《春秋公羊傳》에 기록하였다.
'기린을 향하여 孔子가 말씀하셨다.
“누구를 위하여 왔는가! 누구를 위하여 왔는가!”
소매를 뒤집어 얼굴을 닦으니 눈물이 長袍를 적시었다. (......) 공자께서 “나의 道가 다하였노라.”라고 말씀하셨다'.
이백이 때를 만나지 못하여 그의 도가 행하여지지 않음을 탄식한 것이다.
蘇武先還漢, 黃公豈事秦?
소무가 한나라로 일찍이 돌아온 일이 있고, 황공은 진나라를 어찌 섬겼으랴?
▶ 蘇武先還漢 : 匈奴 땅에 잡혀 있던 蘇武는 19년 만에 돌아왔다. 예전에 소무가 고국을 배신하지 않고 돌아왔다는 말이다. 소무에 대하여는 五言古風短篇에 나온 그의 시를 참조 바람.
▶ 黃公 : 漢나라 때 四皓의 한 사람. 夏黃公. 秦나라를 피하여 商山에 숨어 살았는데, 漢나라에서 벼슬하지 않았으나 또 어찌 진나라를 섬긴 적이 있었겠느냐는 말이다. 이백이 唐나라를 떠났어도 永王 隣을 따르지는 않았다는 뜻.
楚筵辭醴日, 梁獄上書辰.
초나라 잔치에서 단술이 없다고 떠난 날이고, 양나라 옥에서 상서한 때이다.
▶ 楚筵辭醴 : 《漢書》 列傳에 일렀다.
‘楚나라 元王 交는 字가 游이며 高祖의 同父弟로서 글을 좋아하고 많은 材藝를 지녔다. 젊어서 魯나라 穆生·申公과 함께 시를 浮丘伯에게서 배웠다. 진나라가 焚書하자 각기 헤어졌는데, 漢나라가 선 지 6년 만에 交가 楚王이 되었다. 원왕은 곧 목생·白生·신공을 불러 中大夫로 삼고 4년 만에 죽으니 아들 戊가 왕위를 이었다. 전의 원왕은 신공 등을 존경하여, 목생이 술을 안 마시매 잔치에는 언제나 목생을 위하여 단술[醴]을 준비하였다. 무왕도 즉위한 뒤 잔치엔 언제나 단술을 놓았다. 뒤에 단술 준비를 잊자 목생은 물러나며 말하였다. “단술을 놓지 않았으니 이곳을 떠나겠다. 임금의 마음이 게을러졌다.”’
목생이 잔치에 단술이 없다고 초나라를 떠났던 일처럼 이백도 뜻이 안 맞아 조정을 물러났다는 말이다.
▶ 梁獄上書 : 《漢書》 列傳에 일렀다.
'鄒陽은 齊나라 사람이다. 嚴忌·枚乘 등과 함께 吳나라에 벼슬하였다. 吳王이 몰래 邪謀를 펴려 하자 추양이 글을 올려 간하였으나 들어주지 않았다. 이때 景帝의 아우 梁나라 孝王이 어질다고 하므로 추앙은 양나라로 갔다. 羊勝 등이 그를 시기하여 효왕에게 참소하니, 효왕은 노하여 그를 하옥하였다. 그리고 그를 죽이려 하였으므로 추앙은 옥중에서 곧 상소하였다.'
이백이 潯陽의 옥에 투옥되었던 일은 마치 추양이 양나라 옥중에서 상소하여 풀려났던 일과 같다는 말이다.
已用當時法, 誰將此義陳?
이미 당시의 법을 적용하고 있으니, 누가 이 뜻을 펴 줄꼬?
老吟秋月下, 病起暮江濱.
나는 늙어 가을달 아래 시나 읊고, 해저무는 장강 가에 병든 몸을 일으키어 그대를 생각하네.
▶ 老吟 : 늙어서 시를 읊음. 이 구절 이하는 두보 자신을 읊은 것이다.
▶ 病起 : 두보는 多疾하였는데 小康한 틈에 일어나 이백을 강가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莫恠恩波隔, 乘槎與問津.
은혜로운 물결이 멂을 괴이하게 생각지 말게나, 뗏목 타고 은하수로 올라가 갈 길을 물어보리라.
▶ 恠(괴) : 怪의 俗字.
▶ 恩波隔 : 임금의 은총의 물결이 다가오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다.
▶ 乘槎與問津 : 옛날 전설에 어떤 사람이 뗏목을 바다에서 타고 하늘로 올라가 織女와 牽牛를 만났다 한다. 그처럼 자기도 뗏목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이백의 운명을 물어보겠다는 뜻. 問津은 나루터를 물어보는 것. 운명의 나루터를 알아본다는 뜻이다.
《論語》 微子편에 '長祖와 傑溺이 밭을 갈고 있었다. 孔子는 그곳을 지나다 子路로 하여금 나루터를 물어보게 하였다.'라는 말이 있다.
해설
천재이면서도 불우했던 李白의 생애에 대한 동정과 우의를 노래한 시이다.
仇兆鰲는 《杜少陵集注》에서 이 시는 이백의 傳記나 같다고 하였다. 그것은 이백의 기구한 일생이 이 시 속에 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백에 대한 동정은 한편 자신에 대한 연민의 표현도 되었을 터이다.
끝머리에 표현한 것처럼 두보 자신도 불우했던 일생을 보내며 病老한 몸으로 시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백에 대한 절실한 동정은 兩大 시인이 함께 지닌 性情의 발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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