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부 가서한에게 올리는 20분의 시(投贈哥舒開府二十韻)-두보(杜甫)
▶ 投贈(투증) : 자기의 뜻을 밝히기 위하여 보내다.
▶ 哥舒開府(가서개부) : 開府 哥舒翰.
개부는 官府를 열고 부하를 두는 것. 漢나라 때엔 三公만이 府를 열었다.
漢末엔 장군도 府를 열어 후세에 都督도 개부라 부르게 되었다.
가서한은 唐나라 때 突厥의 자손으로 대대로 安西에 살며, 재물을 가벼이 여기고 俠氣가 있었다. 《春秋》를 읽고 대의를 깨달았으며, 처음엔 王忠嗣 밑에서 衙將을 지냈는데 전장에 나가 半段槍을 휘두르며 勇名을 떨쳤다. 여러 번 吐蕃의 군대를 깨치어, 발탁되어 隴右節度副大使, 西平郡王에 봉함을 받았다.
安祿山이 난을 일으키자 兵馬元帥가 되어 亂軍을 쳤으나 병이 나 싸움에 이기지 못하고 賊中에서 죽었다.
이 시는 안녹산의 난 이전에 두보가 그에게 의지하고자 하여 지어 보낸 것이다.
今代麒麟閣, 何人第一功?
당대의 기린각에서, 누가 첫째가는 功臣일까?
▶ 麒麟閣 : 漢나라 宣帝가 當代 공신의 초상을 그리어 모아놓았던 누각.
君王自神武, 駕馭必英雄.
임금님 자신이 신령한 무위 있으시니, 부리시는 사람마다 모두가 영웅이라.
▶ 神武 : 神靈스런 武威.
▶ 駕(가) : 수레를 몰다.
▶ 駅(어) : 말을 몰다. 駕馭는 부하를 통솔함.
開府當朝傑, 論兵邁古風.
개부 가서한은 지금 조정에서 걸출한 인물이니, 군사를 논함엔 옛사람의 풍도를 앞서네.
▶ 邁(매) : 凌駕하다.
▶ 古風 : 古人의 風度.
先鋒百勝在, 略地兩隅空.
선봉이 되어 백전백승하고, 땅을 경략함에 서북 두 모퉁이가 텅 비었네.
▶ 先鋒百勝在 : 그가 선봉에 서면 百勝을 거두었다는 말.
▶ 略地 : 땅을 經略함.
▶ 兩隅 : 북쪽과 서쪽의 양쪽 땅 모퉁이.
靑海無傳箭, 天山早掛弓.
청해 지방엔 오랑캐들의 침입이 없어지고, 천산 지방엔 일찌감치 활을 거두었네.
▶ 靑海 : 지금의 靑海省에 있는 호수 이름.
▶ 傳箭 : 외적의 침입을 전하는 화살. 옛날 외적이 침입하면 신호용 화살을 차례차례 쏘아 사실을 알리었다.
▶ 天山 : 祁連山, 또는 白山이라고도 하며 交河縣 북쪽 120리 되는 곳에 있다. 지금도 중국의 西域에 天山山脈이 있다.
▶ 掛弓 : 활을 쓰지 않고 걸어놓음. 곧 전쟁이 멈췄음을 뜻한다.
廉頗仍走敵, 魏絳已和戎.
옛날 염파처럼 적이 달아나게 하고, 위강처럼 오랑캐들을 강화케 하였네.
▶ 廉頗 : 趙나라의 良將. 齊나라를 쳐서 여러 번 큰 공을 세웠다.
▶ 仍(잉) : 거듭 여전히
▶ 走敵 : 적을 도망치게 하하다.
▶ 魏絳(위강) : 晉나라 제후에게 西戎과 和하기를 권하여 따르게 한 智謀에 뛰어났던 사람[《左傳》襄公 4년]. 廉頗가 적을 쳐부수고 위강이 적을 강화케 했듯이, 가서한은 武勇과 지모에 뛰어나 많은 공을 세웠다는 뜻.
每惜河湟棄, 新兼節制通.
언제나 하황 지방이 버려짐을 아깝게 여기더니, 새로이 그곳 절도사를 겸하여 길이 통하게 되었네.
▶ 河湟(하황) : 黃河와 湟水가 합쳐지는 지방. 湟水는 靑海의 동쪽 亂山으로부터 흘러 蘭州에 이르러 서남쪽으로 黃河와 합쳐진다. 곧 중국의 서북방.
▶ 節制 : 절제하는 官. 곧 節度使를 말한다.
▶ 通 : 그 지방을 평정하여 길을 개통함.
智謀垂睿想, 出入冠諸公.
뛰어난 지모엔 천자의 생각도 드리우게 하고, 조정에 드나듦에 으뜸이었네.
▶ 垂睿想(수예상) : 천자의 생각을 드리우게 했다. 睿는 叡와 같은자. 睿想은 '밝은 천자의 생각’. 垂 : 돌보게 한다. 배려케 한다.
▶ 冠 : 첫째로 올라섬. 으뜸
日月低秦樹, 乾坤繞漢宮.
日月도 장안의 나무보다 낮게 비치는 듯하고, 乾坤도 당나라 궁전을 감싸고 있는 듯하네.
▶ 日月低秦樹 : 秦은 長安이 진나라에 있었으므로 장안을 가리킨다. 해와 달이 장안의 나무보다 낮게 비춘다고 함은 가서한의 공으로 唐나라의 위덕이 크게 盛함을 형용한 말이다.
▶ 乾坤繞漢宮 : 하늘과 땅도 한궁, 곧 당나라 궁전을 중심으로 감싸고 있는 듯하다.
胡人愁逐北, 宛馬又從東.
오랑캐들은 추격을 걱정하고 북쪽으로 달아났고, 완나라는 말을 조공으로 보내오네.
▶ 愁 : 근심.
▶ 逐 : 追擊.
▶ 北(배) : 動詞로서 ‘달아나다.’
▶ 宛(완) : 西域에 있던 나라 이름. 大苑이라 흔히 부른다.
《史記》 大苑列傳에 일렀다.
'대완은 흉노의 서남쪽 漢나라의 正西에 있다. 한나라로부터 萬里 떨어져 있는데 좋은 말이 많다. 그 말들은 땀으로 피를 흘리며 天馬의 새끼들이라 한다.'
▶ 從東 : 宛나라에서 名馬를 朝貢으로 동쪽의 당나라에 바침.
受命邊沙遠, 歸來御席同.
천자의 명을 받고 변경 사막으로 멀리 가더니, 돌아오자 천자와 자리를 함께하네.
▶ 邊沙遠 : 변경의 사막으로 멀리 가 있었다는 말.
軒墀曾寵鶴, 畋獵舊非熊.
수레와 섬돌에 올랐던 학처럼 총애를 받으니, 사냥 나가서 태공망을 얻음이네.
▶ 軒 : 수레. 임금의 수레.
▶ 墀(지) : 궁전 섬돌 위 붉은 칠을 해놓은 곳.
▶ 軒墀曾寵鶴 : 수레 위나 궁전 섬돌 위 뜰에 사랑을 받고 올랐던 학처럼 천자의 총애를 받았다는 뜻. 衛나라 懿公이 학을 좋아하여, 학 중에는 수레에 타는 것도 있었다 한다《左傳》.
▶ 畋獵(전렵) : 사냥하다.
▶ 畋獵舊非熊(전렵구비웅 : 《史記》 齊太公世家에 일렀다.
‘西伯(:周文王)이 사냥을 나가려 하여 점을 치니, 잡을 것은 龍도 아니요, 彲(:교룡)도 아니요, 범도 아니요, 말곰도 아니요, 覇王의 補臣이겠다고 하였다. 이에 周나라 서백은 사냥을 나갔는데 과연 太公을 渭水 북쪽 기슭에서 만나서, 그와 얘기해 보고 크게 기뻐하며 함께 수레를 타고 돌아와 스승으로 모셨다.'
가서한이 옛날 태공이 文王을 모셨듯이 玄宗을 크게 보좌하였다고 함이 이 구절의 뜻이다.
茅土加名數, 山河誓始終.
땅과 벼슬을 받고 제후가 되어, 산과 강물을 가리키며 끝내 함께하기 맹세하였네.
▶ 茅土加名數 : 띠풀로 싼 흙을 하사받고 名數를 또 받았다.
옛날 王者는 오색의 흙을 띠풀로 싸서 社를 만들고, 제후를 세울 때는 각각 그의 色의 흙을 주어 社를 세우게 하였다. 그 흙은 黃土로 덮고 白茅로 쌌다[《書經》禹貢 註].
따라서 ‘띠풀로 싼 흙’을 내렸다고 함은 제후가 되어 땅을 봉함 받았다는 뜻이다. 名은 爵位의 名號. 數는 작위에 따른 의복 등 예의격식의 定數. 이 구절은 가서한이 西平郡王에 봉해졌던 일을 읊은 것이다.
▶ 山河誓始終 : 山河를 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운명을 함께하기를 맹세한다. 漢高祖는 왕위에 오른 뒤 功臣을 봉하며 맹세하기를, '黃河가 띠처럼 되고 太山이 숫돌처럼 된다고 하더라도 나라는 영원히 존속하여 이를 자손들이 계승할 것이라.'라고 하였다. 이 구절은 君臣의 義가 굳음을 뜻한다.
策行遺戰伐, 契合動昭融.
당신 계책을 행하여 전쟁을 잊게 되니, 천자와 뜻이 맞아 밝게 통하는 천자의 마음을 움직이었네.
▶ 策行 : 哥舒翰의 계책이 시행됨.
▶ 遺戰伐 : 전쟁과 정벌을 버렸다는 뜻.
▶ 契合(계합) : 玄宗과 가서한의 뜻이 잘 맞음.
▶ 動昭融 : 밝게 통하여 비추는 천자의 마음이 움직임.
勳業青冥上, 交親氣概中.
이룬 업적은 푸른 하늘 위로 솟았고, 임금과의 친한 사귐은 기개 가운데 이루어지네.
▶ 勳業 : 功勳과 업적.
▶ 靑冥上 : 푸른 하늘 위로 솟았다는 뜻.
▶ 交親 : 현종과 가서한의 친밀한 사귐.
▶ 氣概(기개) : 義氣. 氣節.
未為珠履客, 已見白頭翁.
구슬신을 신은 윗손 대접을 받기도 전에, 벌써 머리 흰 노인이 되었네.
▶ 未爲珠履客 : 구슬신을 신은 상객이 되지 못하였다.
《사기》 列傳에 일렀다.
'楚 春申君의 客으로 3천여 명이 있었는데, 그 상객은 모두 珠履(: 구슬신)를 신었다.‘
이 구절은 杜甫 자신이 뜻을 펴지 못하고 있음을 말한 것이다.
壯節初題柱, 生涯似轉蓬.
장한 절의 옛날에는 대단하였는데, 생애는 마치 굴러다니는 쑥대같네.
▶ 壯節 : 장한 節氣, 절조
▶ 初題柱 : 처음엔 기둥에 題하였다.
漢나라 司馬相如는 처음 成都의 昇仙橋를 지나다가 그 기둥에 제하였다.
'驅馬가 끄는 수레에 타지 않고는 다시 이 다리를 지나지 않겠다.'《華陽國志》
두보도 일찍이 出世立身하려는 뜻을 지니기도 하였다는 말.
▶ 轉蓬 : 마른 쑥대가 바람에 이리저리 굴러다님.
幾年春草歇? 今日暮途窮.
몇년이나 객지에서 살게 되려나? 오늘은 해 저물어 갈 곳이 궁하네.
▶ 春草歇 : 元帝의 〈藥名詩〉에 일렀다.
'수자리의 나그네 恒山 아래에서, 언제나 錦衣還鄕 생각하네.
더욱이 春草 歇함을 보고, 또 기러기 남쪽으로 날음을 보고서랴!'
歇은 풀이 다 말라 죽는 것. 따라서 춘초헐은 돌아가고픈 마음을 지니고도 객지를 유랑하는 생활을 가리킨다.
▶ 暮途窮 : 해가 저물어 갈 길이 궁하여졌다. 두보 자신이 老境에 궁지에 처하여 있음을 말한 것이다.
軍事留孫楚, 行間識呂蒙.
군에서 진나라 손초 같은 이를 붙들어두고, 대열 사이에서 오나라 여몽 같은 이를 알아보기를.
▶ 軍事 : 군대를 지휘하는 일.
▶ 留孫楚 : 孫楚는 晉나라 때 사람. 字는 子刑, 太原 中都 사람. 才操가 卓絶하고 성질이 호쾌하여 鄕里의 존경을 받다가, 40여 세에야 비로소 鎭東 軍事에 參하였다. 뒤엔 馮翊太守를 지내다 졸하였다《晉書》 列傳.
이때 두보의 나이 42~3세여서, 자기를 나이 많아서 군사에 참한 손초에 비유하며 가서한에게 채용되기를 바랐다.
▶ 行間識呂蒙 : 군대의 行俉에서 呂蒙을 알아보았다. 여몽은 姉夫 鄭當을 따라 적을 쳤다. 職吏가 그를 가벼이 보니 여몽은 그 관리를 죽였다. 그리하여 校尉 袁雄間이 이 사실을 손책에게 보고하였다. 손책은 그를 비범한 인물로 보고 좌우에 있게 하였다 한다《吳志》列傳.
防身一長劍, 將欲倚崆峒.
몸을 막는 한 자루 긴 칼로, 공동산에 의지하고프네.
▶ 崆峒(공동) : 지금의 甘肅省 平涼縣 서쪽에 있던 산 이름.
吐蕃이 출입하는 길목에 있었으므로 '장차 공동산에 의지하고 싶다'라고 함은 '가서한의 막하에 들어가 토번을 막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라는 뜻이다.
해설
40이 넘어 가서한의 막하에라도 들어가 몸을 의탁하려는 두보의 바람이 서글프기만 하다. 이때 조정엔 李林甫·陳希烈 같은 간신들이 들끓고 있음에 반하여, 가서한 만은 홀로 才俊을 알아보고 義氣가 있었다지만, 아무래도 취직을 부탁하는 시로는 너무나 칭송이 지나친 듯하다.
이 시대에 外夷, 특히 吐番의 침입은 뜻있는 人士가 분개와 憂國의 정을 지니게 하였으니, 두보도 생활보다는 조국을 위하여 토번의 침입 방어에 미력이나마 다해 보려고 이 시를 開府에게 바쳤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시 속에 쓰인 문구들과 아울러 생각하면 이런 글을 바쳐야만 하도록 곤궁하였던 詩聖에게 동정이 쏠린다.
'漢詩와 漢文 > 古文眞寶(고문진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3五言古風長篇-25醉贈張秘書(취증장비서) (2) | 2024.02.08 |
---|---|
3五言古風長篇-24贈韋左丞(증위좌승) (0) | 2024.02.08 |
3五言古風長篇-22寄李白(기이백) (1) | 2024.02.08 |
3五言古風長篇-21上韋左相二十韻(상위좌상이십운) (1) | 2024.02.08 |
3五言古風長篇-20司馬溫公獨樂園(사마온공독락원) (0) | 2024.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