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온공의 학문을 권하는 노래(司馬溫公勸學歌)-사마광(司馬光)
養子不敎父之過, 訓導不嚴師之惰.
자식을 기르면서 가르치지 않음은 아버지의 허물이요, 訓導를 엄히 하지 않음은 스승의 게으름이라.
▶ 訓(훈) : 교훈. 가르치다. 導(도) : 인도하다. 嚴(엄) : 엄한 것. 惰(타) : 게으른 것.
父敎師嚴兩無外, 學問無成子之罪.
아버지는 가르치시고 스승은 엄하여 양편 다 벗어남이 없는데, 학문에 성취가 없음은 자식의 죄이다.
▶ 兩(양) : 부교(父敎)와 師嚴의 두 가지 일을 가리킨다. 無外(무외) : 충실하여 부족함이 없는 것. 도리에 벗어남이 없는 것.
煖衣飽食居人倫, 視我笑談如土塊.
의식도 족하고 사람의 무리에 살면서, 나를 보고 웃으며 이야기함은 아무 生動이 없는 흙덩이와 같다.
▶ 煖(난) : 따스한 것. 飽(포) : 배부른 것. 《孟子》 滕文公 上篇에 '사람의 도가 있는데,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고 편히 살되, 가르침이 없으면 곧 새나 짐승에 가깝게 된다. 聖人께선 이를 걱정하시어 설(契)을 사도(司徒)로 삼으시고 人倫을 가르치셨는데, 父子有親·君臣有義·夫婦有別·長幼有序·朋友有信하게 하셨다.'라고 하였다.
▶ 倫 : 인륜(人倫). 이곳의 인륜은 맹자(孟子)의 인륜과는 다른 뜻으로 인류 또는 인간의 뜻이다. 곧 맹자의 親·義·別·序·信의 오륜이 아니라 부자·군신·부부·장유·붕우 등의 인간관계를 가리킨다.
▶ 視我(시아) : ‘나 같은, 곧 작자 사마광(司馬光) 같은 나이 많은 사람을 보고’의 뜻. 뒤에 여등(汝等)이라 부른 말과 대응시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 塊(괴) : 흙덩어리. 여토괴(如土塊)는 대수롭지 않게 여김을 뜻한다.
攀高不及下品流, 稍遇賢才無與對.
높이 오르려다 오르지 못함은 낮은 계급의 무리여서, 녹을 현재(賢材)가 만난 것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 攀(반) : 부여잡는 것. 攀高는 높은 지위로 기어 올라가는 것.
▶ 下品 : 하급 · 하류
▶ 流(류) : '휩쓸린다' '낀다'는 뜻.
▶ 稍(초) : 녹(祿)의 뜻을 나타냄.
▶ 對(대) : 함께 얘기하고 응대하는 것.
勉後生力求誨, 投明師莫自昧.
힘써라 후생들이여 힘써 가르침을 구하라. 훌륭한 스승에게 의지하여 자신을 몽매하게 하지 말라.
▶ 勉(면) : 힘쓰다.
▶ 後生(후생) : 후배들.
▶ 誨(회) : 가르치다. 교회(敎誨).
▶ 投(투) : 던지는 것. 몸을 맡기는 것. 몸을 의탁하는 것.
▶ 昧(매) : 어두운 것. 자매(自昧)는 스스로 본성을 어둡게 함으로써 사리를 가리지 못하는 것.
一朝雲路果然登, 姓名亞等呼先輩.
어느 날이고 출세길에 과연 오르기만 하면, 성명은 드러나고 선배라고 불리리라.
▶ 一朝(일조) : 하루아침. 어느 날이고
▶ 雲路(운로) : 출세길. 구름은 높은 하늘에 있으므로 출세에 비유한 것이다.
▶ 亞等(아등) : 차등(次等)의 뜻.
▶ 先輩(선배) : 여기서는 주로 선임관(先任官), 또는 과거에 먼저 합격한 사람을 말한다.
室中若未結親姻, 自有佳人求匹配.
집안에서 만약 아직 혼인을 맺지 못했다면, 자연히 어느 미인이 배필을 구하여 오리라.
▶ 室(실) : 가정(家庭)의 뜻. 결혼하여 부부를 중심으로 이룩된 가정을 말하므로 ‘가(家)'와 구별된다.
▶ 姻(인) : 혼인.
▶ 佳人(가인) : 미인(美人).
▶ 匹配(필배) : 배필.
勉旃汝等各早脩, 莫待老來徒自悔.
힘써 그대들은 각기 빨리 배움을 닦아, 늙어서 공연히 자신을 뉘우치게 되지 마라.
▶ 旃(전) : 조사(助詞), 아무런 뜻도 없다.
▶ 脩(수) : 수학(修學)·수업(修業)을 말한다.
▶ 徒(도) : 공연히.
해설
司馬溫公이란 송(宋)나라 때 《資治通鑑》을 쓴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이다. 첫머리에서 가르치는 책임은 아버지와 스승에게 있지만, 그 학문이 대성(大成)하지 못함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권학(勸學)도 출세와 영달(榮達)을 내세워 학문을 통하여 인생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것은 모두가 현실주의적인 유교철학의 영향이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글의 내용은 진종황제권학(眞宗皇帝勸學)과 별다른 것이 없다.
그러나 그의 독락원기(獨樂園記)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첫머리에 쓰여 있다.
'迂叟(사마광의 號)는 평일 책을 읽는 데 위로는 성인(聖人)들을 스승으로 삼고 아래로는 여러 어진 이들을 벗하고서, 인의(仁義)의 근원을 살피고 예악(禮樂)의 실마리를 찾는다. 세상의 사물의 형체가 생기기 전 태곳적부터 시작하여 사방 끝없는 한계 저쪽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의 이치가 모두 눈앞에 모여드는 것이다. 걱정이란 배움이 아직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무엇을 남에게 구하고 무엇을 밖에서 기다릴 건가?'
이 글을 통하여 사마광의 학문이 얼마나 고원한 경지에 도달해 있었던가 알 수 있겠다. 권학은 계몽적인 글이기 때문에 쉬운 출세양명(出世揚名)을 들어 배움을 권한 것이다. 그리고 권학가(勸學歌)라 했듯이 칠언고시의 가요체로 함도 독송의 편리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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