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팔 처사에게 드림(贈衛八處士)-두보(杜甫)
▶ 贈衛八處士 : 衛八處士에게 주는 시. 衛는 姓이며, 8은 형제의 排行이다. 곧 위씨 형제 중에서 여덟 번째란 뜻이며, 중국에선 흔히 이름 대신 이 배항의 숫자를 많이 썼다. 처사는 隱者를 말하며 出仕하지 않고 집에 조용히 들어앉아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 시는 《杜少陵集》 권6에 들어있는데 衛가 누구인지는 확실치 않다. 어떤 이는 衛賓, 어떤 이는 衛大經의 일족일 것이라고 한다. 이 시는 乾元 2년(759년) 杜甫가 華州에 있을 무렵 그의 집에 놀러 가서 지은 듯하다.
人生不相見, 動如參與商.
사람이 서로 만나지 못하니, 걸핏하면 參星과 商星처럼 되네.
▶ 動 : 걸핏하면. 자칫하면
▶ 參與商 : 參星과 商星. 삼성은 동쪽, 상성은 서쪽에 있는데 삼성이 뜨면 상성이 지고 상성이 뜨면 삼성이 져서 영영 함께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參商은 사람들이 이별하여 만나지 못함을 흔히 비유한다.
今夕復何夕? 共此燈燭光.
오늘 저녁은 또 무슨 저녁이기에, 그대와 함께 이 촛불 아래 대하는가?
▶ 今夕復何夕 : 《詩經》 唐風 綢繆시에 ‘今夕은 何夕이기에 이 고운 임을 만났나?’라고 함을 인용하였다.
▶ 此 : 宿으로 된 것도 있다.
少壯能幾時? 鬢髮各已蒼.
젊음이란 얼마나 가는가? 귀밑머리 어느덧 희끗희끗하구나!
▶ 蒼 : 검은 머리에 흰머리가 섞인 것.
訪舊半為鬼, 驚呼熱中腸.
옛 친구 찾아보면 반은 귀신 되었으니, 놀라 소리치며 가슴이 벅차 슬픔 느끼네.
▶ 爲鬼 : 귀신이 되다. 곧 사람이 죽었음을 뜻한다.
▶ 驚呼 : 놀라 소리치다.
▶ 熱中腸 : 배 속의 창자가 뜨거워지듯이 슬픔으로 벅참.
焉知二十載, 重上君子堂?
어찌 알았으랴 20년 만에, 다시 그대 군자의 대청에 오르게 될 줄이야?
▶ 君子堂 : 덕이 있는 군자 집의 堂. 군자는 處士를 가리키며, 堂은 우리나라의 대청과 비슷하다.
昔別君未婚, 兒女忽成行.
옛날 이별할 적엔 결혼하지 않았는데, 자녀들이 어느덧 줄을 짓는구나.
▶ 成行(성항 : 줄을 이룬다. 곧 자녀들이 많음을 뜻함.
怡然敬父執, 問我來何方?
즐거이 아비 친구를 공경하며, 내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네.
▶ 怡然(이연) : 기뻐하는 모양.
▶ 父執 : 아버지와 같은 뜻을 지니고 있는 사람. 아버지의 同志. 아버지의 친구.
問答未及已, 兒女羅酒漿.
문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녀들이 술상을 벌여놓네.
▶ 羅 : 차려놓는 것.
▶ 酒漿 : 술과 음료.
夜雨剪春韭, 新炊間黃粱.
밤비를 맞으며 봄부추를 잘라 오고, 노란 좁쌀 섞어 새로 밥을 짓네.
▶ 剪(전) : 자르다.
▶ 韭(구) : 부추. 반찬과 안주를 만들기 위하여 부추를 베어옴을 말함.
▶ 炊(취 : 불 때어 밥을 지음.
▶ 間간 : 섞는 것.
▶ 黃粱(황량) : 노란 좁쌀.
主稱會面難, 一舉累十觴.
주인이 앞으로 만나기 어려울 거라 말하여, 단숨에 10여 잔을 거듭하네.
▶ 累 : 거듭하다.
▶ 十觴(십상) : 10여 잔. 10여 잔의 술.
十觴亦不醉, 感子故意長.
10여 잔에도 취하지 않으니, 그대의 옛 우정이 변함없음에 감동한 때문이네.
▶ 故意(고의 : ‘옛 뜻’. ‘옛 우정'.
▶ 長 : 오래도록 변치 않는 것.
明日隔山岳, 世事兩茫茫.
내일 산너머로 헤어지면, 세상일은 양편 모두 어떻게 될는지 알 길이 없네.
▶ 茫茫(망망) : 아득하다. 世事兩茫茫은 세상일 때문에 둘 다 서로 소식이 아득하여지겠다는 뜻.
해설
20년 전에 헤어졌던 친구 衛을 찾아가 杜甫가 지은 시이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보니 서로 옛날 모습과는 달리 머리가 희끗희끗하여졌고, 서로 아는 半의 친구들이 벌써 죽었단다. 인생이란 허무한 것, 그래도 무슨 緣이 있어 우리는 20년 만에 다시 만나는가 하고 두보는 감회에 젖는다.
옛날엔 衛處士는 총각이었는데 그 사이 많은 자녀들을 두었다.
자녀들은 아버지 친구가 왔다고 기뻐하며 술상을 차리고 밥을 짓느라 분주하다. 20년 만에 만나는 친구지만 알뜰한 우정이 두보에게 감동을 준다. 친구를 만난 기쁨에 10여 잔의 술을 단숨에 서로 마셨지만 즐거운 감동에 술 취하는 줄도 모른다. 지금은 이처럼 즐겁기만 하지만 내일이면 또 헤어져 서로 소식조차 모르게 될 터이다. 인생의 離合은 이렇게도 무상하단 말인가!
친구를 만난 交歡의 情態가 감동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두보 시 가운데에서도 秀作의 하나로 칠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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