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윽한 정회(幽懷)-한유(韓愈)
▶ 幽懷(유회) : 가슴속에 품고 있는 느낌, 인생무상의 우수(憂愁)를 말한다. 《昌黎集》엔 권2에 실려 있다.
幽懷不可寫, 行此春江潯.
가슴속의 시름을 씻을 길 없어, 이렇게 봄 강가를 걷고 있네.
▶ 寫(사) : 사(瀉)와 통하며 '쏟아버리다' 또는 '씻어버리다'.
▶ 潯(심) : 물가.
適與佳節會, 士女競光陰.
마침 좋은 철을 만나, 남녀가 다투어 즐기고 있네.
▶ 適(적) : 마침.
▶ 佳節(가절) : 날씨와 경치가 좋은 철.
▶ 競光陰(경광음) : 좋은 철을 다투어 즐기다.
凝妝耀洲渚, 繁吹蕩人心.
짙은 화장은 물가에 아롱거리고, 요란한 피리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네.
▶ 凝凝(응장) : 짙은 화장. 곱게 단장한 것.
▶ 耀(요) : 빛나다.
▶ 洲(주) : 섬. 물가.
▶ 渚(저) : 물가, 모래톱. 耀洲渚는 '물가 모래톱에 비치다.' 또는 '물가에 반사되어 어른거리다.'.
▶ 繁吹(번취) : 繁多한 취적(吹笛) 소리. 요란한 피리소리. 취(吹)는 吹奏 악기 소리를 가리킨다.
▶ 蕩人心(탕인심) : 사람의 마음을 激動시킨다.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間關林中鳥, 知時為和音.
숲속에선 새들이 짹짹, 철을 만나 아름답게 지저귀네.
▶ 間關(간관) : 새가 우는 소리의 형용. 《詩經》 주남(周南) 관저(關雎)시의 關關雎鳩에서 딴 것이나 '짹짹' 또는 '삑삑'으로 보아야 옳다.
▶ 知時為和音 : 때를 알고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 곧 아름다운 봄철을 만나 고운 소리로 운다는 뜻.
豈無一 樽酒, 自酌還自吟.
어찌 한 통의 술이 없을까 보냐? 自酌하며 홀로 읊조리네.
▶ 樽(준) : 술통.
但悲時易失, 四序迭相侵.
다만 철을 놓치기 쉬움이 서러운데, 사철은 속절없이 바뀌고 있네.
▶ 四序 : 춘하추동 사철의 질서.
▶ 迭相侵(질상침) : 번갈아 자리를 서로 빼앗는다. 번갈아 돌아간다.
我歌君子行, 視古猶視今.
내 옛날의 군자행을 노래하노라니, 옛날에도 지금의 나처럼 때가 감을 슬퍼했네.
▶ 君子行(군자행) : 옛 악부의 이름. 그 내용은 군자는 힘써 道를 지키어 嫌疑를 피하고 시간을 아끼며 賢士를 애써 구한다는 것이다. 작자는 이 노래를 부르며 군자의 본분을 생각하고, 더욱 光陰이 빨리 흐름을 안타까이 여겼다.
▶ 視古猶視今 : 王羲之의 〈蘭亭集序〉에 '후에 지금을 봄도 또한 지금 옛날을 봄과 타을 터이다. 슬프다!'라 한 데서 딴 구절이다.
'옛을 봄은 마치 지금을 보는 것과 같다'. 곧 '옛날의 군자들은 <군자행>에서 노래했듯이 시간을 아끼며 덕을 쌓았는데 지금 우리도 그래야 할 것이다'라는 뜻으로 보아도 되고, '지금 자기가 시간이 흐름을 슬퍼하듯 옛 분들도 시간의 흐름을 슬퍼했다.'라는 뜻으로 보아도 된다.
해설
이 시는 하는 일 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슬퍼한 것이다. 사람들은 좋은 철이라 遊興에 들떠 있고, 새들은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고 있지만 시간은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가고 있다. 이처럼 흐르는 시간을 생각할 때마다 작자의 마음은 한없이 슬퍼진다. 옛날 군자들을 생각하며 〈君子行〉을 노래하여 보지만, 시간의 흐름을 슬퍼한 것은 예부터 지녀온 인간의 숙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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