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부(樂府上)-작자 미상
▶ 樂府上 : <문선> 권27 樂府 上의 첫머리에 악부 4수가 있다. 그 古辭의 제1편 〈飮馬長城窟行〉이 이 시이다. 악부란 漢나라 武帝가 세운 음악을 관장하던 곳인데, 그곳에선 당시 각 지방에 유행하던 가요를 모아 이를 수정하고 또 새로운 가요를 지었다. 이들 악부에서 불리던 가요들을 악부체 또는 악부라 불렀고, 그중의 작자를 모르는 古歌를 古辭라 한다. 여기에서 악부상이라 題한 것은 《문선》 권27에 악부상이라 하여 14수, 권28에 악부하라 하여 27수가 수록되어 있는데, 《문선》 권27대로 ‘악부상’이라 한 것이다. 그러나 上字가 붙어서 題名으로서는 부적합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靑靑河畔草, 綿綿思遠道.
파릇파릇한 강가의 풀은, 끊임없이 임 가신 먼 길을 생각케 하네.
▶ 綿綿(면면) : 생각이 끊임없음. 李善은 《문선》에 ‘細微한 생각’이라 注하고 있으나 불합리하다.
▶ 遠道(원도) : 먼 길을 떠난 임을 가리킨다.
遠道不可思, 夙昔夢見之.
먼 길 떠난 임 생각할 수도 없으니, 지난 밤 꿈속에 뵈었네.
▶ 風昔(숙석 : 《문선》 王臣 注엔 宿昔이라 하였다. 昔은 夕과 통하여 '지난 밤'.
夢見在我傍, 忽覺在他鄕.
꿈속에선 내 옆에 계시더니, 깨어보니 타향에 계시는구려.
他鄉各異縣, 輾轉不可見.
타향서도 서로 다른 고을에 있으니, 이리저리 뒤척이며 만날 수 없네.
▶ 輾轉(전전) : 잠 못 이루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함. 《시경》 周南 關唯시에서도 '悠悠哉! 報轉反側’라 읊고 있는데, 朱熹는 《詩集傳》에 '報은 반쯤 뒹굼이고, 轉은 완전히 뒹굼이다.'라고 注하고 있다.
枯桑知天風, 海水知天寒.
마른 뽕나무도 공중에 부는 바람을 느끼고, 얼지 않는 바닷물도 추운 날씨를 안다네.
▶ 枯桑知天風 : 마른 뽕나무는 가지나 잎새가 다 떨어졌어도 공중에 부는 찬바람을 안다. 뒤의 海水知天寒와 함께, 남편이 객지에서 겪을 추위와 고초를 걱정한 것이다. 마른 뽕나무나 바닷물도 추위를 느끼거늘 하물며 집 떠난 임이야 어떠하겠는가?
入門各自媚, 誰肯相為言?
집안에 들어가면 제각기 좋아하는 이에게 예쁘게 보이려 하니, 누가 임에게 말이나 붙여 주려 할 건가?
▶ 入門各自媚 : 집 문안에 들어가면 각자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시중을 잘 들어준다. 그러나 자기 남편은 객지이니 그에게 잘 보이려고 시중드는 이 하나 없을 터이다. 시중은커녕 말을 걸어줄 사람조차 없을 터이다.
客從遠方來, 遺我雙鯉魚.
나그네가 먼 고장으로부터 와서, 내게 한 쌍의 잉어를 주고 가기에,
呼童烹鯉魚, 中有尺素書.
아이를 불러 잉어를 삶게 하니, 배 속에 한 자 되는 흰 비단 편지가 있었네.
▶ 烹(팽) : 삶다.
▶ 尺素書(척소서) : 한 자 길이의 흰 비단에 쓴 편지.
長跪讀素書, 書中竟何如?
무릎꿇고 흰 비단 편지 읽었으니, 편지에 뭐라고 쓰였는지 아는가?
▶ 長跪(장궤) : 무릎을 꿇고 앉는 것.
上有加餐飯, 下有長相憶.
위에는 몸조심 하라 하였고, 아래엔 언제나 그립다고 쓰였더라네.
▶ 加餐飯(가찬반) : 《고문진보》엔 보통 飯이 食으로 되어 있으나 여기선 <문선>을 따라 고쳤다. 가찬반은 앞의 詩에도 보였듯이 본시 '밥과 반찬을 많이 들라'는 뜻이나 몸조심 하라는 뜻으로 상용되는 成語이다.
해설
《玉臺新詠》엔 이 시를 漢人 蔡邑의 作이라 하였으나 《文選》대로 작자 미상의 고사로 봄이 좋을 터이다.
《고문진보》 注에 일렀다.
'이 시는 옛날로부터 크게 멀지 않은 것이어서 《시경》의 유풍을 많이 지니고 있다.'
소박한 古人이 멀리 떠나간 임을 그리는 정이 문면에 약여하다.
또 이篇 후반의 구절들은 고시 19수의 제17수에도 비슷한 6구가 나온다.
나그네가 먼 곳으로부터 와서, 내게 한 장의 편지를 주었네.
客從遠方來, 遣我一書札.
위에선 언제나 그립다 말하고, 아래엔 오랫동안 이별하였다고 말하였네.
上言長相思, 下言久離別
이것은 옛날 멀리 떨어진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서 주고받은 편지에서 늘 쓰이던 慰撫와 悲歎의 常套語였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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