克己銘(극기명)-呂大臨(여대림)
凡厥有生, 均氣同體, 胡爲不仁.
모든 생명이 있는 것은 그 기운[氣]도 같고 본체[體]도 같은데 어째서 不仁하는가?
▶ 有生(유생) : 생명이 있는 모든 것.
▶ 均氣同體(균기동체) : 생명력인 氣를 같이하고, 本體도 같이한다. 곧, 만물은 천지를 부모로 하여 오직 하나의 근원에서 나왔으므로 一氣同體라는 것이다.
▶ 胡(호) : 何와 같은 뜻. 어찌.
我則有己.
나에게 나라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物我旣立, 私爲町畦, 勝心橫發, 擾擾不齊.
사물과 내가 성립함에 사사로이 경계를 지어,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마구 일어나, 어지러이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町畦(정휴) : ‘町’은 田地의 구획. ‘畦’는 밭이랑의 구획. 곧 경계를 짓는다는 뜻.
▶ 勝心橫發(승심횡발) : 남에게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마구 일어남.
▶ 擾擾不齊(요요부제) : 시끄럽고 어지러워 정돈되지 않은 모양.
大人存誠, 心見帝則, 初無吝驕, 作我蟊賊.
大人은 誠心을 가졌으매 마음으로 하늘의 법칙을 볼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인색과 교만이 나를 좀먹고 해치게 만들지 않는다.
▶ 大人(대인) : 큰 덕을 지닌 사람, 위대한 사람.
▶ 帝則(제칙) : 하느님이 정한 법칙. 天理.
▶ 吝驕(인교) : 인색과 교만.
▶ 蟊賊(모적) : 나무의 뿌리를 갉아먹는 해충을 蟊, 풀의 마디를 갉아먹는 해충을 賊이라 한다. 여기에서는 사람의 마음에 해를 끼침을 상징한다.
志以爲帥, 氣爲卒徒. 奉辭于天, 誰敢侮矛.
뜻을 장수로 삼고 氣를 졸개로 삼아, 하늘의 명령을 받들어 행하는데 누가 감히 나를 업신여기겠는가?
▶ 志以爲帥(지이위수) : 뜻을 장수로 삼음. 《맹자》公孫丑 상편에 '뜻은 기의 장수이고 기는 몸을 통솔한다. 무릇 뜻이 지극한 것이고 기는 그 다음이다[夫志氣之帥也,氣體之充也․夫志至焉,氣次焉]'라는 말에 근거한 것이다. 여기에서 志는 사람의 의지 또는 뜻.
▶ 氣爲卒徒(기위졸도) : 기를 졸개로 삼음.
▶ 辭(사) : 辭令 또는 명령.
且戰且徠, 勝私窒慾, 昔爲寇讐, 今則臣僕.
싸우고 또 달래어서 사사로움을 이기고 욕망을 억누른다면, 예전에는 도둑이나 원수이다가 이제는 신하나 從僕이 된다.
▶ 且戰且徠(차전차래) : 한편으로 싸우면서 또 한편으로 달랜다는 뜻. 戰은 사악한 마음과 싸움이고, 徠는 來와 같은 뜻으로서 달램을 말한다.
▶ 勝私窒慾(승사질욕) : 사사로움을 이기고 욕심을 막다.
▶ 寇讐(구수) : 원수와 도둑. 도덕적인 마음과 싸웠던 사악한 마음을 뜻한다.
▶ 臣僕(신복) : 신하와 종복, 양심의 명령에 잘 따름을 뜻한다.
方其未克, 窘吾室廬, 婦姑勃磎, 安取厥餘.
그것을 이기지 못하면, 나의 집안을 궁색하게 하고 婦姑가 다툴 터이니, 그 나머지에서 무엇을 취하겠는가?
▶ 窒吾室廬(군오실려) : 窒은 군색한 것. 廬는 원래 집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마음을 비유한 것이다.
▶ 婦姑勃磎(부고발계) :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다툼. 도리를 행하려는 마음과 사욕의 싸움을 비유한 것. 《莊子》 雜篇 外物에, ‘방 안에 빈 곳이 없으면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다투게 된다. 마음이 자연의 경지에 노닐지 못하면, 온갖 욕정이 일어나 다투게 된다 [室無虛空, 則婦姑勃磎,心無天遊, 則大鑿相攘]’는 말이 있다.
▶ 安取厥餘(안취궐여) : 그 나머지에서 무엇을 취하리오? 즉 마음에 사욕의 갈등이 있다면, 조금 선한 일을 한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亦旣克之, 皇皇四達, 洞然八荒, 皆在我闥.
사욕을 극복하고 나서는 마음이 넓고 밝게 사방으로 통하고 八方의 먼 곳까지 훤히 알게 되어, 모두 나의 문 안에 있는 듯할 터이다.
▶ 皇皇(황황) : 밝고 큰 모양,
▶ 洞然(연) : 막힘이 없이 환한 모양,
▶ 八荒(팔황) : 八方의 먼지역,
▶ 闥(달) : 작은 문.
孰曰, 天下不歸吾仁.
그 누가 말하겠는가? 천하가 모두 나의 仁으로 귀결되지 않는다고.
癢痾疾痛, 擧切吾身, 一日至焉, 莫非吾事.
남의 가려움이나 아픔도 내 몸에 절실하게 느낌, 어느 날 거기에 이르면 나의 일이 아닌 것이 없을 터이다.
▶ 癢痾疾痛(양아질통) : 가려움과 아픔. 癢은 痒과 같은 뜻.
▶ 擧切吾身(거절오신) : 모두 내 몸에 절실히 느껴지다.
▶ 一日至焉(일일지언) : 어느 날 하루 仁의 경지에 이르면. 《논어》 顔淵篇에 ‘자기를 이기고 禮로 돌아감이 仁이다. 어느 날 하루 자기를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면 천하가 모두 仁으로 귀착될 것이다[克己復禮爲仁,一日克己復禮,天下歸仁焉]’라고 한 孔子의 말씀이 있다.
▶ 莫非吾事(막비오사) : 나의 일이 아닌 것이 없다.
顔何人哉, 希之則是.
顔回는 어떤 사람이었던가? 그가 바랐던 것이 이것이다.
▶ 顔何人哉(안하인재) : 顔回란 어떤 사람인가? 노력만 하면 누구든지 안회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맹자》 滕文公 상편에, '안회가 말하였다. 순임금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뜻있는 일을 행하는 사람은 역시 그분 같을 것이다[顔淵曰 : 舜何人也? 予何人也? 有爲者亦若是]'는 말이 있다.
▶ 希之則是(희지즉시) : 안회가 바랐던 것이 이것[克己]이다.
해설
작가 呂大臨은 程明道·程伊川 문하의 四先生(呂大臨·謝良佐·游酢·楊時)으로 불리던 송대의 대유학자이다. 그는 《논어》 顔淵篇에 나오는 ‘克己復禮’를 근거로 하여, 인간은 자신의 사욕을 극복하고 하늘이 명한 도덕을 수행해야 참다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송대의 유가사상을 전개하고 있다.
이 銘은 송대 理氣 철학을 기본으로,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같은 근원에서 나왔음을 전제로 하고, 사욕이 天理를 덮을 때는 마음이 어지러워진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사욕을 완전히 물리치게 되면, 마음이 한없이 넓어져 만물을 一視同仁하는 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공자의 '극기복례'라는 말을 송대의 유가사상으로 풀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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