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田家)-유종원(柳宗元)
▶ 田家(전가) : 농가. 《唐柳先生集》 권43의 <田家詩> 3수 가운데 제3수가 이 시이다.
古道饒蒺藜, 縈廻古城曲.
오래된 길섶엔 찔레덩굴이 우거져, 옛 성 모퉁이에 휘감겨 있네.
▶ 饒(요) : 풍부하다. 많다.
▶ 蒺藜(질려) : 가시가 달린 蔓生의 식물로서 남가새.
▶ 縈廻(영회) : 칭칭 감기어 있는 것.
▶ 古城曲(고성곡) : 낡은 성벽의 모퉁이.
蓼花被隄岸, 陂水寒更綠.
여뀌꽃은 방죽 위를 뒤덮었고, 연못 물은 차갑고도 푸르네.
▶ 蓼(료) : 여뀌. 풀이름.
▶ 被(피) : 덮다.
▶ 隄(제) : 방죽. 堤와 같은 자.
▶ 岸(안) : 물가의 언덕.
▶ 陂水(파수) : 방죽 속의 물. 곧 貯水池의 물.
▶ 綠(록) : 《당류선생집》엔 祿(: 물 맑다)으로 되어 있다.
是時收穫竟, 落日多樵牧.
이젠 수확도 다 끝나서, 해 저물자 나무꾼과 목동이 많네.
▶ 竟(경) : 끝나다.
▶ 樵(초) : 초부(樵夫). 곧 나무꾼.
▶ 牧(목) : 목동(牧童).
風高楡柳疎, 霜重梨棗熟.
바람이 높아 느릅나무와 버드나무가 성글고, 짙은 서리에 배와 대추가 익네.
▶ 楡(유) : 느릅나무
▶ 疎(소) : 낙엽이 져서 가지들이 성글게 보임.
▶ 梨(리) : 배.
▶ 棗(조) : 대추.
▶ 熟(숙) : 익다.
行人迷去徑, 野烏競棲宿.
길 가는 사람은 갈 길을 분간 못하고, 들새는 다투어 잠자리로 깃드네.
▶ 行人(행인) : 길 가는 나그네. 작자 자신을 말한다.
▶ 迷去徑(미거경) : 날이 어두워져 갈 길을 분간 못함. 《당류선생집》엔 迷去住
로 되어 있는데 그편이 문맥은 더 잘 통한다.
▶ 棲宿(서숙) : 새가 저녁에 자려고 깃듦.
田翁笑相念, 昏黑慎原陸.
농사짓는 늙은이는 웃으며 염려하여, 어두움에 들길을 조심하라 하네.
▶ 田翁(전옹) : 늙은 농부.
▶ 相念(상념) : 나그네가 갈 길과 머물 곳을 걱정해 주는 것.
▶ 愼(신) : 삼가다.
▶ 原陸(원륙) : 들길을 말한다.
今年幸少豊, 無惡饘與粥.
올해는 다행히 얼마간 풍년이 든 셈이니, 범벅이든 죽이든 싫다 말고 먹으라네.
▶ 無惡(무오) : 싫어하지 말라. 나빠하지 말라.
▶ 饘(전) : 범벅.
▶ 粥(죽) : 죽.
해설
이 시는 작자 유종원(柳宗元, 773~819. 字는 子厚)이 나그네의 입장에서 농촌의 가을 풍경과 質朴한 농민의 인심을 노래한 것이다. 유종원을 韓愈와 함께 古文의 大家로 치지만, 시에 있어서는 陶淵明의 유파에 속하는 청려한 자연시를 많이 썼다.
앞 여덟 구는 잡초가 우거진 옛 성 옆의 낡은 길과 연못을 배경으로, 지는 해를 등지고 돌아오는 나무꾼과 목동들이 있는 농촌 풍경을 묘사했다. 때는 가을이라 드높은 바람에 낙엽 진 나뭇가지들이 앙상하고, 된서리에 푹 익은 배와 대추가 나무에 달려 있다.
나머지 여섯 구는 흐뭇한 농촌의 인정을 그린 것이다. 날이 어두워 나그네는 갈 길을 분간 못하게 되었는데, 늙은 농부는 날이 저물었으니 길가기 어려울 터이니, 사양하지 말고 우리와 죽이라도 한 그릇 나누며 하룻밤 쉬어 가라고 웃으며 권한다. 소박하고도 따뜻한 농부의 정이 읽는 이들 피부에도 느껴질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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