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시(雜詩)-도연명(陶淵明)
▶ 雜詩 : 《陶靖節集》에는 권3에 <飮酒> 시의 제5수로 이 시가 실려 있다. 술 마시며 생(生)을 즐기는 도연명의 생활의 일편을 읊은 것이라 보면 좋을 것이다.
結廬在人境, 而無車馬喧.
사람 사는 고장에 움막을 엮었으나, 수레나 말의 시끄러움이 없네.
▶ 結廬(결려) : 움막을 얽어 만들다.
▶ 人境(인경) :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고장․ 인리(人里). 도연명은 산속에 은퇴한 것이 아니라 농촌의 마을 한구석에 살았다.
▶ 車馬(거마) : 귀인들이 타고 찾아드는 수레와 말.
▶ 喧(훤) : 시끄럽다.
問君何能爾? 心遠地自偏.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 그럴 수가 있소? 마음이 먼 데 있으면 땅이 저절로 편벽된다오.
▶ 何能爾(하능이) : 어찌 그럴 수가 있느냐? 이(爾)는 연(然)과 같은 뜻.
▶ 心速(심원) : 마음이 속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 地自偏(지자편) : 땅이 저절로 편벽해진다. 곧 마음만 멀리 있으면 몸은 인경(人境)에 있다 하더라도 처지가 속세와는 隔絶한다는 뜻.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동녘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본다.
▶ 籬(리) : 울타리.
▶ 悠然(유연) : 유유한 모양. 마음의 여유가 있는 모양.
山氣日夕佳, 飛鳥相與還.
산기는 날이 저물자 더 좋아져, 나는 새들도 어울려 돌아온다.
▶ 山氣(산기) : 산에 끼는 안개나 노을 같은 것.
▶ 日夕(일석) : 해가 저무는 것.
此間有真意, 欲辨已忘言.
이런 가운데 참된 뜻이 있으나, 설명하려다가도 어느덧 말을 잊는다.
▶ 欲辨(욕변) : 설명해 주려 하다. 변(辨)은 변(辯)으로 된 판본도 있다.
해설
도연명(365~427)을 대표할 만한 시이다. 후세 唐代의 시 가운데도 이만한 秀作은 드물 터이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 가운데 살면서도 마음 호젓할 수 있는 연명의 여유있는 마음가짐이 흐뭇하다. 속세에 묻혀 있다 해도 마음가짐에 따라 사람은 청정(淸淨)한 본연의 진솔함을 지니고 살아갈 수가 있다. 이런 형이상학적인 철인(哲人)의 희열은 속인에게 쉽사리 설명할 수도 없고 설명할 필요도 없다.
특히 ‘採菊東灘下, 悠然見南山’ 한 구는 천고(千古)의 명구라 일컫는다. 자연에의 사랑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 완전히 융화된 연명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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