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소주의 시운을 따라 지어 등도사에게 부침 (和韋蘇州詩寄鄧道士)-소식(蘇軾)
▶ 韋蘇州(위소주) : 앞의 <寄全椒山中道士> 시를 지은 위응물(韋應物). 그가 소주자사(蘇州刺史) 벼슬을 지냈기 때문에 위소주라 부른 것이다. 등도사(鄧道士)는 소식(蘇戱)의 친구. 앞에 나온 위응물의 〈전초산 속의 도사에게 부침> 시의 운(韻) ‘客·石·夕·迹'에 화(和)하여 시를 지어 등도사에게 부친다는 제목이다.
《東坡詩》권4에 이 시가 실려 있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작자의 주(注)가 붙어 있다. '나부산(羅浮山)에 야인(野人)이 있는데 갈치천(葛稚川)의 예(隷)라 전한다. 등도사 守安은 그 산중에서 도를 닦는 사람이다. 일찍이 그의 암자 앞에서 야인의 두 자가 넘는 발자국을 보았다 한다. 紹聖 2년(1095) 정월 10일, 나는 우연히 위소주의 <전초산 속의 도사에게 부침> 시를 읽었다. 이에 술 한 병과 위소주 시의 운을 딴 시를 한 수 지어 그에게 부쳤다.'
▶ 羅浮春(나부춘) : 蘇軾이 만든 술 이름. 이때 동파(東坡)는 혜주(惠州)의 유배지에 있었는데, 나부산(羅浮山)이 보이므로 그 이름을 딴 것이다. 나부산은 혜주(廣東)의 博羅縣 서북쪽 30리 되는 곳에 있으며, 도서(道書)에 10대 동천(洞天)의 하나로 치고 있다. 동천이란 신선이 살고 있는 명산(名山)을 말한다. 이 선산(仙) 이름에 ‘春'자를 붙인 것은 기분좋게 봄날처럼 취한다는 뜻이다.
一盃羅浮春, 遠餉採薇客.
한 잔의 명주 나부춘을, 멀리 산속의 도사에게 보내노라.
▶ 餉(향) : 음식을 보내주는 것.
▶ 采薇客(채미객) : 산중에 은거하는 도인(道人)을 말한다. 은말(殷末)에 伯夷와 叔齊가 首陽山으로 들어가 고비[薇]를 뜯어먹고 살다 죽었다는 얘기에서 취한 말.
遙知獨酌罷, 醉臥松下石.
아마 그는 홀로 술을 다 마시고, 소나무 아래 돌 위에 취하여 누워 있으리라.
幽人不可見, 淸嘯聞月夕.
숨어 사는 사람은 볼 수 없지마는, 맑은 휘파람 소리가 달밤이면 들려온다.
▶ 淸嘯(청소) : 맑은 휘파람. 仙客道士들의 수행의 하나로 장소토납(長嘯吐納)의 술(術)이 있다. 심호흡을 겸하여 휘파람을 불며 심신을 정양한 듯하다.
▶ 月夕(월석) : 달밝은 밤.
聊戱庵中人, 空飛本無迹.
한번 암자의 그대에게 말하노니, 하늘을 날아다니면 본시 흔적도 없을 것 아닌가?
▶ 聊(료) : 요차(聊且)의 뜻.
▶ 庵中人(암중인) : 鄧道士를 가리킨다.
▶ 空飛(공비) : 신선은 하늘을 날듯이 다닌다. 선인(仙人)은 우화등천(羽化登天)한다는데, 암자 앞에 선인의 커다란 발자국이 있었다니 우습지 않느냐고 함이다.
▶ 迹(적) : 발자국, 적(跡)과 같은 자.
해설
명주(名酒)한 병과 시를 한 수 보내면서도 '네가 선인(仙人)의 커다란 발자국을 봤다는데, 輕妙하게 날아다니는 선인이 발자국을 남겼다는 것은 우습지 않느냐?'고 묻는 말로 끝을 맺은 것은 大文豪 소동파(蘇東坡, 1036~1101)의 날카로운 해학을 느끼게 한다. 등도사가 술과 함께 이 시를 받고 얼마나 유쾌하게 느꼈을까 짐작이 간다. 그리고 幽人不可見이나, 淸嘯聞月夕 구절도 앞의 시와 마찬가지로 속세와 격절(隔絶)된 도인의 청정함을 잘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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