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역양이 술을 마시려 하지 않음을 조롱함 (嘲王歷陽不肯飮酒)-이백(李白)
▶ 嘲(조) : 비웃다.
▶ 歷陽(역양) : 안휘성(安徽省) 화현(和縣)에 있던 지명, 왕역양(王歷陽)은 그곳의 영(令)인 이백(李白)의 친구 王아무개. 이 시는 이백의 친구인 역양령 왕아무개가 술을 마시려 들지 않음을 비웃은 것이다.
地白風色寒, 雪花大如手.
땅은 희고 바람기는 차가운데, 눈송이는 크기가 주먹만하네.
▶ 地白(지백) : 눈이 와서 대지가 흰 눈에 덮여 있는 것.
▶ 風色(풍색) : 바람의 기운.
▶ 雪花(설화) : 눈송이. 눈송이는 자세히 보면 꽃 모양으로 생겼으므로 설화라 한다.
笑殺陶淵明, 不飲盃中酒.
도연명이 우스워 죽겠구나, 술을 마시지 않네.
▶ 殺(쇄) : 심함을 나타내는 조사(助詞). ‘쇄(煞)’로도 쓴다. 소쇄(笑殺)는 '참 우습다'는 뜻.
浪撫一張琴, 虛栽五株柳.
쓸데없이 소금만을 어루만지고 헛되이 다섯 그루 버드나무 심었구나.
▶ 浪(랑) : 헛되이. 쓸데없이.
▶ 撫(무) : 어루만지는 것. 소금(素琴)이기 때문에 '무(無)'라 말한 것이다.
▶ 虛(허) :헛된이.
▶ 栽(재) : 심다.
空負頭上中, 吾於爾何有?
공연히 머리 위의 건을 배반하고 있으니, 그대에게 내가 무엇을 하리.
▶ 空(공) : 공연히.
▶ 負(부) : 배반하는 것. 어기는 것. 도연명의 葛巾은 술을 거름에 썼는데 왕역은 공연히 건(巾)만 쓰고 있으니 건을 배반했다고 한 것이다.
▶ 何有(하유) : 무엇을 하랴? 무엇이 있으랴? 무슨 상관이 있으랴? 곧 이젠 너를 모른체 하겠다는 뜻. 도연명의 <飮酒> 제20수에 '만약 다시 통쾌히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공연히 머리 위의 건을 배반하는 것이라 (若復不快飮,空頭上巾)'고 읊은 말에서 취한 것이다.
해설
술을 안 마시는 왕역양을 조롱하는 데 도연명을 인용한 것은 정율양에게 보낸 앞의 시와 대조할 때 재미있다. 도연명에게는 줄이 없는 素琴을 비롯하여 오류수(五柳樹)와 술을 거르는 데 쓴 葛巾 등 재미있는 일화가 많지만 이들은 술을 통할 때 비로소 생기를 띠게 되는 것이다. 술을 안 마시는 도연명이라면 素琴·五柳·葛巾이 모두 무슨 소용이랴? 조소를 입은 왕역양도 이 시를 읽고 실소를 금치 못하였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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