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藏古硯銘(가장고연명)-唐庚(당경)
硯與筆墨, 蓋氣類也.
벼루와 붓과 먹은 氣가 같은 부류이다.
▶ 硯與筆墨(연필묵) : 벼루와 붓과 먹. 硯·筆·紙·墨을 文房四友라 한다.
▶ 氣類(기류) : 氣는 기운. 類는 동류의 뜻
出處相近, 任用寵遇相近也.
나아가고 머무름이 서로 비슷하고, 임용되거나 사랑받고 대우를 받음도 서로 비슷하다.
▶ 出處(출처) : 출은 官界에 나와서 벼슬함. 處는 벼슬을 하지 않고 자기의 처소에 있음. 여기서는 벼루·붓·먹이 나아가 일할 때와 들어앉아 있을 때를 뜻함.
▶ 寵遇(총우) : 사랑받고 대우받음.
獨壽夭不相近也, 筆之壽以日計, 墨之壽以月計, 硯之壽以世計, 其故何也?
다만 壽夭는 서로 비슷하지 않아서, 붓의 수명은 日數로 셈하고, 먹의 수명은 月數로 셈하고, 벼루의 수명은 世代로 셈하니 그 까닭은 무엇인가?
▶ 壽夭(수요) : 命의 길고 짧음. 수는 오래 삶. 요는 일찍 죽음.
▶ 世(세) : 옛날에는 30년을 1세라고 하였다. 인간의 1대를 '世'라 하기도 한다.
其爲體也筆最銳, 墨次之, 硯鈍者也, 豈非鈍者壽而銳者夭乎?
그 대체에, 붓이 가장 날카롭고 먹이 다음이며 벼루는 둔하니, 어찌 둔한 것은 수명이 길고 날카로운 것은 수명이 짧은 것이 아니겠는가?
▶ 豈非(기비~乎(호) : 어찌 ~하지 않겠는가?' 豈는 강조의 뜻을 나타내는 말.
其爲用也筆最動, 墨次之, 硯靜者也, 豈非靜者壽而動者夭乎?
그 쓰임에, 붓이 가장 많이 움직이고, 먹이 다음이며, 벼루는 조용히 움직이지 않으니, 어찌 고요한 것 수명이 길고 움직이는 것이 수명이 짧은 것이 아니겠는가?
吾於是, 得養生焉, 以鈍爲體, 以靜爲用.
나는 여기에서, 養生의 법을 터득하였으니, 둔함을 몸으로 삼고 고요함을 쓰임으로 삼는 것이다.
▶ 養生(양생) : 생명을 잘 기르고 보존함.
▶ 數(수) : 운명. 운수
或曰:
“壽夭數也, 非鈍ㆍ銳ㆍ動ㆍ靜所制. 借今筆不銳不動, 吾知其不能與硯久遠矣.”
어떤 사람은 말한다.
“오래 살고 일찍 죽음은 운명으로, 鈍·銳·動·靜이 제어하는 것이 아니다. 가령 붓이 날카롭게 생기지 않고 움직이지 않더라도, 나는 그것이 벼루와 함께 오래가지 못함을 안다.”
▶ 制(제) : 제어되다.
▶ 借令(차령) : 假令
雖然寧爲此, 勿爲彼也.
비록 그러하나 이렇게 할지언정 저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
▶ 寧爲此勿爲彼(영위차물위피) : 차라리 이렇게 할지언정 저렇게 하지는 않음. 벼루의 둔하고 고요함을 본받고, 붓의 날카롭고 부지런히 움직임을 따르지 않겠다는 뜻이다.
銘曰:
“不能銳, 因以鈍爲體; 不能動, 因以靜爲用. 惟其然, 是以能永年.”
銘을 쓴다.
“날카롭지 못하여 둔함을 몸으로 삼고, 움직이지 못하여 고요함을 쓰임으로 삼는다. 다만 그렇게 함으로써 수명을 영원히 할 수 있다.”
▶ 永年(영년) : 오랜 세월. 수명이 오래 감.
해설
옛부터 文房四友라 하여 선비의 집에는 종이·붓·먹·벼루[紙·筆·墨·硯]가 있게 마련이다. 그중 붓은 상하기 쉽고 먹은 잘 닳아져 없어지지만, 벼루만은 몇 세대를 전해져 내려은다.
작자 唐庚은 이들 붓과 먹·벼루를 보고, 처세법이나 養生法 등에 생각이 미친 것이다. 그래서, 늘 명심하여 교훈으로 삼을 일을 써서 〈古硯銘〉이라 한 것이다. 곧 모나지 않고 너무 심히 움직이지 않음을 양생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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