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을 먼저 들지 않는 것은 지키기에 수월한 법이지만 밥을 다 먹고도 숟가락을 놓지 말아야하는 것은 지키기 괴롭고 고달픈 법도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소학교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할아버지와 겸상을 해서 밥을 먹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조(祖孫)간의 겸상은 관습이 아니라 멀어지기 쉬운 조손 간의 정을 가깝게 하려는 실생활의 버릇이 가르치는 가정교육의 한 교과과정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할아버지가 숟가락을 들기 전에 숟가락을 들어서는 안 되었다.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가 숟가락을 놓기 전에 숟가락을 놓아서도 안 되었다. 숟가락을 먼저 들지 않는 것은 지키기에 수월한 법도이지만 밥을 다 먹고도 숟가락을 놓지 말아야 하는 것은 지키기 괴롭고 고달픈 법도가 아닐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할아버지는 이가 약하셔서 느리게..